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고 자평하던 일본에서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인구 당 감염자 수나 사망자 수를 주요 7개국(G7) 중에도 압도적으로 적게 억누르는 것이 가능했다. 그간 우리들의 대응은 확실하게 성과를 올렸으며 세계의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6월 18일 회견에서도 "새로운 일본의 모습, 새로운 그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미래에 관해 확실히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일본이 사회·경제활동과 방역을 병행하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견 당일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70명이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6월 4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민도가 다르다"며 일본의 독자성을 부각했다. 아소는 "(사망자가 많은 해외 국가에서) 너희들만 약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고 자주 전화가 걸려 온다. 그런 사람들의 질문에 '당신의 나라와 우리나라(일본)는 민도(民度) 수준이 다르다'고 말하면 다들 입을 다문다"고 말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 미만을 유지하는 등 감염 확산이 상당히 억제돼 아베 내각 주요 인사들이 자만심까지 엿보이는 발언을 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초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말에는 최다 기록을 연일 경신했다. NHK에 따르면 이달 1일까지 최근 1주일간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8100명에 육박했다. 1일까지 일본의 누적 확진자도 3만8637명으로 늘었다.


최근 감염 확산 속도가 긴급사태 선언 기간에 비해 4배를 웃돌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거론하던 아베 총리는 한 달 반 가까이 은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식 기자회견을 중단했고 야당의 출석 요구에도 국회에 나오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일본 정부는 관광 산업을 살리겠다며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고투 트래블'을 강행했다.

억제를 자신하던 일본에서 감염자가 폭증하는데 이어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여행 장려 정책이 시행되자 넷 우익 세력에서도 자포자기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며 일본의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모습도 보인다.

일본 우익 성향 사이트 2ch의 한 누리꾼은 "한국은 30명 정도냐, (확진자 수에서) 일본이 또 이겼다"고 말했고 다른 누리꾼은 "민도 포인트, 한국 +36(신규 확진자 수) 일본 +1580"라며 민도를 운운하면서도 신규 확진을 억제하지 못하는 아베 내각 인사들을 비꼬았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한국) 괜찮아? 우리 총리 너희에게 보내줄까?"라며 아베의 무능함을 꼬집었고 "일본의 노(No) 마크 수비 전략을 한국에 가르쳐줘야 한다"며 방역 실패를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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