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미국이 그동안의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발표로 인해 고조되고 있는 미·중 갈등이 한층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양 자원들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그것들을 통제하기 위한 주변국을 괴롭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불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중국해에서 우리는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국제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바다의 자유를 수호하며, 방해받지 않는 상업 흐름을 유지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강압이나 무력을 사용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남중국해 인접 국가들이 공유하는 이익이 중국으로부터 전례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동남아 연안국들을 위협해 주권을 훼손하고 일방적 지배를 주장한다"며 "중국은 이 지역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강요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남중국해는 ‘아시아의 지중해’로 불리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수산물과 광물 자원도 풍부하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은 1960년대 후반 남중국해에 세계 매장량의 10%가 넘는 230억~300억t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16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1947년 남중국해에 ‘남해구단선’을 설정했다. 4개 군도인 파라셀, 스프래틀리, 매클스필드, 프라타스를 각각 시사(西沙), 난사(南沙), 중사(中沙), 둥사(東沙)라 부르며 지배권을 주장했다. 각 군도 주변 암초들에는 7개 이상의 인공 구조물을 구축하기도 했다.

남해구단선은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가량을 둘러싸고 있는 9개의 선이다. 이를 이으면 알파벳 U자 형태가 된다. 문제는 이 선이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EEZ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영토(연안 또는 섬)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 인정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분쟁 해결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중국이 세운 인공섬이 암초일 뿐 영해 근거가 되는 ‘섬’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 주장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4년 전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은 "중국은 2016년 7월 필리핀이 (PCA에서) 승소한 판결을 수용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대사관은 또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이 판결에 근거한 어떠한 주장이나 행동도 확고히 거부하며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이 지난 13일 성명에서 "PCA 판결은 협상 불가능한 것"이라며 중국 측에 PCA 판결 준수를 촉구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