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유학생 비자 규제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현지 대학 10곳 중 1곳 꼴로 온라인수업을 계획, 상당수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에 갈 수 없게 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에 관한 성명에서 가을 학기부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외국인 학생에 대해선 미국 체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교육전문매체 고등교육 크로니클에 따르면 전날까지 1090개 미 대학을 대상으로 가을 학기 수업 형태를 파악한 결과 온라인 수업을 계획 중인 대학은 9%로 파악됐다. 이들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비자 제한으로 미국에 체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성명 발표 이후 유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앞으로 비자가 쭉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마음 같으면 한국에 있고 싶은데 미국에 가야 하나 고민이다" 등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행상황을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안전하겠다 싶어 한국에 있고 싶다"면서도 "그런데 한국에서 풀(full) 온라인수업만 들었다가 다음 학기에도 비자 발급을 못 받으면 어쩌나 고민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학생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래도 이민자들에게 배타적인데 이번 조치로 유학생들의 비자 발급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아직 학기가 많이 남았는데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단순히 유학생을 추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를 살리려는 조치로 풀이된다며 과도한 우려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사진=미국 유학생 커뮤니티 캡처
일부에서는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단순히 유학생을 추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를 살리려는 조치로 풀이된다며 과도한 우려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사진=미국 유학생 커뮤니티 캡처
일부에서는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단순히 유학생을 추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를 살리려는 조치로 풀이된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성명이 갑자기 발표돼 유학생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어차피 수업은 온라인으로 듣고 과정을 마치면 학위가 나오니 코로나19 사태를 피해서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학생의 목적이 '공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가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유학생 추방'이라고 언론에서 보도하는데 (미국 정부가) 유학생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100% 온라인 수업만 하면 딱히 미국 내에 체류할 필요성이 없으니 나가라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유학이 아닌 다른 목적이 없다면 굳이 이걸 추방이네 뭐네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솔직히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미국에 있다고 좋을 것이 없다. 들어오지 말라는 거 굳이 들어가 봐야 냉대만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학은 미국의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이용하고 실력을 쌓자는 것이지 미국을 즐기거나 살러 가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대학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온라인 수강 유학생들에 대한 퇴출 카드를 꺼내 들자 "더 큰 혼란만 초래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800개 대학으로 구성된 미교육협의회(ACE)와 63개 연구중심대학 기구인 미대학연합(AAU), 239개 공립·주립대가 속한 공공대학연합(APLU)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정부를 성토했다. 테드 미첼 ACE 회장은 "득보다 실이 많고, 더 많은 문제만 야기하는 끔찍한 조치"라며 "이번 정책은 코로나19 사태로 교육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에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