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지역에서 급락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 중엔 공화당 ‘텃밭’이나 핵심 승부처인 경합주가 많아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비상이 걸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전통적 ‘공화당주’로 꼽히는 텍사스가 대표적이다. 폭스뉴스가 지난달 20~23일 텍사스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45%로, 트럼프 대통령(44%)을 1%포인트 앞섰다. 텍사스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9%포인트 차로 승리한 곳이다. 공화당 주지사가 버티고 있는 조지아주에서도 같은 기간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47% 대 트럼프 45%’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조지아주에서 5%포인트 차로 이겼다. 텍사스주와 조지아주는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된 곳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시들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처음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는 서부 캘리포니아주, 동부 뉴욕주 등 이른바 ‘민주당주’가 핵심 진앙지였다. 하지만 최근엔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공화당주나 경합주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들 주는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승리한 곳이다. 만약 이런 주에서 패하면 재선 자체가 힘들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실망해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여론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퓨리서치가 지난 3월 말과 6월 말 동일 유권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8%가 ‘트럼프 지지’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로 돌아섰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지역에서 트럼프 지지를 철회한 비율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보수적 성향을 보여왔지만, 코로나19에 취약한 65세 이상 노인층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 지난달 8~18일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6개 경합주에서 한 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65세 이상 유권자층에서 바이든에게 6%포인트 뒤졌다.

‘연방정부가 경제 재개보다 코로나19 억제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들 노인층이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반대보다 26%포인트나 높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