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일(현지시간) 5만 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 인구 1~3위 주(州)를 중심으로 재유행하고 있어 경제 재개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주요 기업은 매장 재개장을 보류하거나 취소하는 분위기다. ‘V’자형 경기 회복세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AFP통신은 존스홉킨스대 집계를 인용해 이날 오후 8시30분 현재 미국에서 5만2898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5만 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누적 확진자는 268만2270명, 누적 사망자는 12만8028명으로 집계됐다.

美 코로나 재확산 뚜렷

미국에선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4월 2만5000~3만9000명 선을 오가던 신규 확진자 수는 5월 11일 1만8000여 명으로 줄었다가 지난달 중순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는 신규 확진자가 6일 연속으로 하루 4만 명 넘게 나왔다.

美, 하루 확진자 5만명 돌파…인구 40%가 '경제 셧다운' 영향권
봉쇄 조치를 상대적으로 일찍 해제한 남부와 서부 일대 확산세가 강하다.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 9740명, 텍사스주에서 8076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에서도 하루 신기록이 나왔다. CNN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 중 지난 1주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든 곳은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 두 지역뿐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달리 젊은 층 환자도 크게 늘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재확산세가 강해지면서 경제활동 재개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이날 캘리포니아는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등 19개 카운티에 최소 3주간 실내 영업 금지령을 내렸다. 식당 술집 영화관 박물관 등이 대상이다. 캘리포니아 인구의 70% 이상이 사실상 셧다운 상태로 되돌아갔다. 전문가들은 “너무 일찍 봉쇄를 풀고 경제 재개에 들어가 코로나19가 다시 번졌다”고 지적했다.

뉴욕시는 오는 6일로 예정했던 레스토랑 실내 영업 재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뉴저지주도 같은 조치를 내놨다. CNN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비롯해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콜로라도 등 최소 19개 주가 경제 재개 조치를 중단하거나 되돌렸다”고 분석했다.

애플 매장 재폐쇄, 맥도날드 재개장 보류

기업들도 매장 재개장 계획을 접고 있다. 맥도날드는 이날 가맹점주들에게 미국 전역의 매장 재개장을 21일간 전면 보류한다고 통보했다. 지난달 중순 기준 미국 맥도날드 매장 1만4000곳 중 1000여 곳이 재개장해 운영 중이다. 씨티그룹은 미국 13개 주에서 일부 직원의 사무실 출근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플로리다 미시시피 유타 등 7개 주에 있는 매장 45곳을 잠정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3월 미국 내 매장을 폐쇄했다가 5월 중순 재개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심해지자 지난달 20일부터 다시 매장을 닫고 있다. 1일 기준 미국 전체 매장 271곳 중 약 28%인 77곳이 다시 폐쇄됐다. CNBC는 “애플 매장은 대개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쇼핑몰 등에 입점해 있어 미국 내 소매 영업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며 “이번 매장 재폐쇄 조치는 당분간 소매 영업이 원활히 재개되기는 어렵다는 신호로 통한다”고 지적했다.

“2차 봉쇄 필요할 수도”

일각에선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더 강해지면 미국이 전면적인 ‘2차 봉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인구의 40% 이상이 다시 경제 재개 중단의 영향권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신흥질병 감염증 부문 책임자인 마리아 밴 커코브는 “코로나19 확산세가 한때 잦아들어 경제 재개에 나섰던 일부 국가가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봉쇄 조치가 다시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고집하던 ‘노마스크’ 기조에서 한발 물러났다. 그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스크(착용)에 대찬성한다”며 “나도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있는 상황에선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