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규모의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현금 확보 차원에서 채권 발행 등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금융정보회사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올 들어 투자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이 570억달러(약 68조3000억원)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역대 최다였던 2018년의 연간 수수료 수입(549억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투자은행 수입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급증해서다. 지난 3월 이후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와 크루즈선 운영사 카니발,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등이 월가 투자은행을 통해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미 중앙은행(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회사채 매입 방침 등을 밝히면서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 들어 기업과 국가, 기관 등이 채권 발행과 대출 확대, 주식 매도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7조8000억달러(약 9360조원)를 웃돈다.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등 상위 5대 투자은행에 수수료 수입이 집중됐다. 이들은 올 상반기 총 183억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관련 수입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주요 은행들의 주가도 하락세다. 수수료 수입은 늘었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부실 대출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와서다. 미 대형 은행들의 주가를 지수화한 KBW지수는 올 들어 35%가량 급락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