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세계에서 수요가 급증한 것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뿐만이 아니다. 집에서 코로나19를 함께 견뎌낼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 덕분에 미국에서는 강아지의 높아진 인기를 반영한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는 반려동물용품 시장에 비대면(언택트) 소비 바람을 일으켰다. 반려동물용품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츄이가 코로나19에 따른 반사이익을 본 대표적인 기업으로 떠올랐다.

'팬데믹 펫' 시장 쑥쑥…美 츄이 '만년 적자' 털었다
츄이는 2011년 설립된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2017년 반려동물용품을 북미지역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펫스마트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츄이 주가는 지난 19일 기준 50.3달러로 마감, 올 들어서만 73.4% 뛰었다. 작년 6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을 때의 공모가(22달러) 대비 약 2.3배로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202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한다.

츄이의 성공은 시장 구조 변화와 함께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산 후 세계에서 반려동물을 집에 들여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이 급증했다. 거리에서 유기동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코로나19 이후 실직한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내다버릴 것이란 당초 우려와는 정반대 결과였다.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에 따르면 새로 반려동물을 들인 첫해 비용은 분양비를 제외하고 1100~2000달러다.

반려동물용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언택트 바람을 타고 온라인 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것도 츄이엔 성장 기회로 작용했다.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APPA)가 예상한 올해 관련 용품 및 서비스 시장 규모는 총 990억달러(약 120조원) 정도인데, 전체 소비자의 45%는 반려동물용품의 온라인 구매를 늘릴 계획(미 투자은행 제프리스 조사)이다.

츄이 역시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일찌감치 예상했다. 아마존에서 일했던 슈미트 싱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했다. 사료 등 정기적으로 필요한 용품을 필요한 시기에 보내주는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는 한편 24시간 상담 체제를 갖췄다. 경쟁사 대비 배송 일시도 앞당겼다.

츄이의 올 1분기(회계상 2월 3일~5월 3일) 순매출(총매출에서 환불·배상·선할인 금액을 뺀 수치)은 16억213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급증했다. 츄이의 신규 구매자 수는 1분기에만 160만여 명에 달했다. 작년 분기별 평균 신규 구매자의 두 배 이상이다. 그 덕분에 작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츄이는 올 1분기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44만달러를 냈다. 내년은 돼야 흑자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던 월가 관측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츄이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거대 유통업체인 아마존 월마트 등이 온라인 반려동물용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어서다. 오프라인 중심이던 다른 반려동물용품 기업들도 온라인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