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음반사들이 최근 인종차별 반대 움직임과 관련해 '어번 뮤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문제를 두고 내부 갈등이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어번 뮤직이라는 말은 그동안 팝 음악계에서 리듬앤드블루스(R&B), 힙합, 솔 등 다양한 흑인음악 장르를 통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돼 왔다. 1970년대 라디오 방송국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당시 광고주들이 '블랙'이라는 단어를 반기지 않아 어번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음악계에서는 어번이라는 말이 흑인 아티스트들을 하나의 범주에 몰아넣어 주류 백인 음악계에서 분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등으로 인종차별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드레이크 등이 소속돼 있는 리퍼블릭레코드도 지난 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리퍼블릭레코드는 "어번이라는 단어를 부문, 인력, 음악 장르 등을 수식하는 용어에서 폐기할 것"이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구조를 고수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퍼블릭레코드의 이 같은 움직임에 최근 모회사인 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설뮤직의 일부 흑인 임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조치가 내부 상의나 통보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어번 뮤직이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면서 그동안 많이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이 용어를 급작스럽게 없애는 것에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위 음반사인 워너뮤직도 어번 뮤직이라는 용어 사용을 중단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내부 논란 등으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