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5세대(5G) 네트워크 국제표준 설정과 관련해 자국 기업들과 중국 화웨이 간 협력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1년여 동안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을 ‘블랙리스트(거래제한 기업)’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해 왔다. 하지만 이런 규제의 역효과로 5G 표준 논의 과정에서 미국이 불리해지자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나선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자국 기업에 대한 화웨이와의 거래 금지령을 일부 개정하기로 했다. 미 기업들이 화웨이가 회원으로 가입한 국제기술표준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글로벌 혁신에서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며 규정 변경을 확인했다. 개정 사항은 이르면 16일 공포될 예정이다.

상무부는 2018년 8월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미 기업들의 화웨이 장비 및 서비스 구매를 제한했다. 작년 5월에는 화웨이 및 68개 계열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 상품과 기술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퀄컴, 인텔 등은 이런 제재로 어떤 기술과 정보를 화웨이와 공유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지자 5G 기술표준과 관련한 사업 참여를 줄였다. 이 때문에 표준 설정 논의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줄고 화웨이 목소리만 강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웨이는 국제기술표준기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인텔, 퀄컴, 아마존 등 미 기술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정보기술산업협의회(ITIC)의 나오미 윌슨 아시아정책담당은 “작년 5월 발표한 상무부의 블랙리스트로 미국 기업들이 의도치 않게 일부 기술표준 대화에서 밀려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규정 변경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결의가 약화하는 신호로 여겨져선 안 된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