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를 모방해 성장한 중국의 IT공룡 텐센트는 시가총액이 무려 한화 659조3301억원(4조2300억 홍콩달러)으로 국내 주식시장 1위 삼성전자 시총 324조1592억원(지난 11일 종가 기준) 2배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사진=바이두
싸이월드를 모방해 성장한 중국의 IT공룡 텐센트는 시가총액이 무려 한화 659조3301억원(4조2300억 홍콩달러)으로 국내 주식시장 1위 삼성전자 시총 324조1592억원(지난 11일 종가 기준) 2배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사진=바이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싸이월드가 지난달 26일 폐업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한 차례 사이트 먹통으로 가입자들을 불안하게 만들더니, 결국 6개월 만에 문을 닫은 겁니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꼭 살리고 싶다"라며 사이트를 정상화 의지를 내비쳤지만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세금 미납으로 국세청이 직권으로 폐업처리했습니다.

1999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싸이월드는 누적 가입자 수 3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2010년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점점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하더니 결국 순식간에 도태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는 싸이월드를 모방해 태동했지만, 이제는 IT공룡이 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텐센트입니다. 시가총액이 무려 한화 659조3301억원(4조2300억 홍콩달러)으로 국내 주식시장 1위 삼성전자 시총 324조1592억원(지난 11일 종가 기준) 2배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는데요. 과연 무엇이 두 기업의 운명을 바꿔 놓은 것 일까요?
지난 4일 과기정통부와 IT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지난달 26일 국세청 직권으로 사업자 등록증이 말소됐다. 사진은 텅 빈 채 잠겨 있는 송파구 방이동 싸이월드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과기정통부와 IT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지난달 26일 국세청 직권으로 사업자 등록증이 말소됐다. 사진은 텅 빈 채 잠겨 있는 송파구 방이동 싸이월드 사무실. 사진=연합뉴스
◆ 싸이월드 '도토리' 전략 카피…단숨에 12억 이용자 확보

1998년 설립된 중국의 텐센트는 PC 기반 메신저 큐큐(QQ)를 무료로 선보이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에는 가입자 수는 1억명을 확보했지만 이렇다 할 수익모델이 없었습니다. 그때 텐센트가 주목한 건 한국 싸이월드의 '도토리'였습니다. 미니홈피를 단장하기 위해 온라인 화폐인 도토리로 음악을 구매하고 아바타를 꾸미는 것을 보고 본따 이듬해 'QQ쇼'를 출시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가입자들이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앞다퉈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싸이월드 역시 성공 가도를 타고 있었습니다. 위기는 2010년 전후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시작됩니다.

국내에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이 서비스되면서 싸이월드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싸이월드는 PC 위주의 환경에서 주로 사용됐지만, 모바일로 바뀌는 과정에서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싸이월드는 뒤늦게 2012년 9월 싸이월드 모바일앱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한발 늦었습니다. 2010년 등장한 카카오톡이 이미 모바일 시장을 휩쓸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텐센트는 모바일 시대에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2011년 1월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을 출시하며 선제적으로 모바일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당시 웨이신은 단순 채팅을 넘어 영상통화·음성통화·음성메시지 기능까지 갖췄습니다. 출시 이후 1년간 매월 한 차례 이상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며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이를 통해 텐센트는 2년 만에 웨이신 가입자 3억명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텐센트는 2013년 간편결제 서비스 웨이신즈푸(위챗페이)를 내놓았습니다. 휴대폰만 있으면 결제나 송금은 물론 쇼핑과 외식, 항공권 결제 등 생활 전반에서 편리하게 지갑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요. 그 결과 현재 웨이신은 가입자 12억명을 보유한 중국 대표 모바일 메신저로 성장했습니다.

모바일 플랫폼은 사실 매출에 기여하는 바는 높지 않습니다. 가입자들이 텐센트 생태계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나는 겁니다. 텐센트는 이러한 점을 간파하고 시장 선점의 발판을 마련한 겁니다.
텐센트는 2016년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잘 알려진 슈퍼셀을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했다. 사진=슈퍼셀 제공
텐센트는 2016년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잘 알려진 슈퍼셀을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했다. 사진=슈퍼셀 제공
◆ '10조원' 게임사 공격적 인수…"IT 공룡 진화 비결은 투자"

텐센트는 기존 'QQ쇼' 이외에도 게임 콘텐츠 부문에서 부가 수익 창출을 모색했습니다. 앞으로 게임 분야가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될 것이란 판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중국 온라인 게임은 한국보다 훨씬 뒤처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텐센트는 QQ와 웨이신을 통해 확보한 가입자들을 기반으로 충분히 승산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003년 텐센트는 한국 3D 온라인 게임 '세피로스'를 수입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국내 온라인 게임을 들여왔습니다. 특히 크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와 던전앤파이터(넥슨)가 대박을 터트렸는데요. 최대 동시 접속자 수가 각각 400만명, 500만명으로 집계됐을 정도였습니다.

이후 텐센트는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 서비스 확대를 시작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Riot Games)를 인수하고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잘 알려진 슈퍼셀을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하기에 이릅니다. 슈퍼셀 인수 금액은 무려 한화 10조원. 세계 1위 모바일 게임사 인수를 통해 텐센트는 글로벌 IT공룡기업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슈퍼셀 인수 이듬해인 2017년 텐센트의 영업이익이 한화 약 15조3900억원(903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60.9% 크게 늘었고, 매출액도 56.6% 증가한 40조 5200억원(2378억위안)을 기록하며 고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도 영업이익이 1조8900억원(111억위안), 매출액이 64조 2700억원으로(3772억위안)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텐센트는 최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테크핀(techfin)'시장에서 찾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전환으로 이뤄지면서 선제적인 IT기술 인프라 투자에도 적극적입니다. 앞으로 5년간 인공지능 AI, 클라우드를 비롯해 블록체인, 서버, 빅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센터, 사물인터넷(IoT), 5G 네트워크에 총 5000억위안(약 86조원)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텐센트와 싸이월드, 두 기업이 모바일 전용 서비스를 내놓은 시차는 1년 8개월. 불과 2년도 안되는 시간에 두 기업의 명운이 엇갈렸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