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캠프가 CNN방송 측에 자신들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취소하라고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CNN방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단숨에 일축했다.

트럼프 캠프가 문제 삼은 CNN 여론조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됐다. CNN이 지난 2~5일 성인 남녀 11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지지 후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55%로, 41%의 트럼프 대통령을 14%포인트로 앞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41% 득표율은 2019년 4월 이후 최저치고, 바이든 후보의 55% 득표율은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라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8%로 집계됐다. 반면 국정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7%로 나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2019년 1월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가뜩이나 눈엣가시로 여겼던 CNN방송이 지지율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두 자릿수로 뒤지는 여론조사를 내놓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가짜 조사”라면서 발끈하고 나섰다. 격노한 트럼프 재선캠프 측은 10일 CNN 제프 저커 회장에게 중지서한(cease-and-desist letter)을 보냈다고 로이터가 이날 보도했다. 조사결과를 취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한은 “이번 여론조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허위 조사”라며 “미 전역에서 실제로는 대통령을 지지하는데 (여론조사가) 잘못된 관점을 제시한다”며 맹비난했다. 또 “여론조사가 편향된 질문과 왜곡된 표본으로 미국 유권자를 호도하려고 설계됐다”고도 주장했다.

CNN방송은 말도 안된다며 일축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비질란테 CNN 법률고문은 “사실 관계에서나 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이 같은 위협은 언론 자유가 없는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내가 알기론 정치인이나 캠프에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CNN을 협박한 건 40년 CNN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 취급해 왔는데 그 중에서도 CNN을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기자회견 때 CNN 기자가 질문을 하면 “CNN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퇴짜를 놓기도 한다.

이러니 트럼프 캠프에서는 14%포인트나 뒤지는 CNN 여론조사 결과가 곱게 보일 리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 확산 속에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오는 와중이라 조사결과 취소까지 요구하며 강경대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