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흑인 공군참모총장 인준 "역사적" 치적 부각…'시위 부상자 음모론' 역풍
바이든, 동영상 메시지로 통합·치유 강조…플로이드 장례식날 대비된 행보
'플로이드' 입에 안올린 트럼프…바이든 "인종적 정의위한 시간"
경찰의 가혹한 폭력에 희생돼 미국 전역에 인종차별 철폐운동의 불을 지핀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고향 휴스턴에서 영면에 들어간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 맞상대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행보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이드 장례식이 한창 생중계되던 이날 이른 오후, 트윗을 통해 흑인 출신으로는 첫 참모총장 자리에 오른 찰스 브라운 미 공군참모총장 지명자의 상원 인준 소식을 알렸다.

그러면서 "찰스 브라운 장군을 미국의 역대 최초 아프리카계 군 총장으로 임명하기로 한 나의 결정이 지금 상원에 의해 승인받았다.

미국을 위해 역사적인 날!"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애국자이자 훌륭한 지도자인 브라운 장군과 보다 긴밀하게 일하게 돼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흑인 출신 군 장성을 참모총장에 발탁한 것을 치적으로 내세워 군 동원을 통한 시위 강경 진압 등으로 등 돌린 흑인 민심에 대한 구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상원 본회의 표결 절차를 이례적으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재한 것을 두고도 트럼프 행정부가 그만큼 이번 인준에 큰 의미를 부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식이 전국적으로 전파를 타고 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출신 공군 참모총장 인준을 자랑하기 위해 트윗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운 장군의 인준안이 통과했다고 트윗을 올린 시점은 실제 인준안 표결이 잡힌 시각보다 1시간 30분여 전이였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여러 건의 트윗을 올렸으나 플로이드의 이름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를 추모하거나 애도하는 글은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주 버펄로에서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밀치는 바람에 넘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친 마틴 구지노(75)에 대해 '설정'이라고 주장하며 극좌 집단을 일컫는 '안티파' 선동가일 수 있다는 음모론을 트윗으로 제기했다가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는 등 역풍에 직면했다.

또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와 함께 이번 시위의 핵심 구호로 떠오른 '경찰 예산을 끊어라'와 관련, "강도와 강간범들에게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시위대도 모였는데 대형 집회는 왜 못 여나'는 식의 논리를 편 보수 성향 언론인의 글을 리트윗하며 유세 재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시위 대응을 공개 비판했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에 대해서도 "끔찍했다"며 원색적 비난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에게 통합과 치유의 리더십이 가장 절실했던 날, 분열과 편 가르기로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 사이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 틈새를 파고들며 차별화에 나섰다.

플로이드의 추도식이 열렸던 전날 휴스턴을 방문, 유족을 위로하고 돌아온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장례식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금은 인종적 정의를 위한 시간"이라며 흑인으로서는 처음 대법관이 된 서굿 마셜의 어록을 인용, "이제 이 나라가 무관심과 결별하고 인종차별주의를 외면하길 거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시는 우리의 영혼을 찌르는 인종차별주의와 미국인의 삶을 여전히 괴롭히는 제도적 학대에 대해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플로이드의 딸 지아나를 거명하면서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가 이뤄질 때 우리는 진실로 인종적 정의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지아나, 너의 아빠가 세상을 바꿔놓게 될 거야"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또한 트윗을 통해 "나의 아버지는 권력 남용보다 더 큰 죄는 없다고 말해왔다"며 "그것이 평화로운 시위자에게 피를 흘리도록 하는 경찰관이든 음모론으로 그(경찰관)를 옹호하는 대통령이든 말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버펄로 노인 음모론 제기를 겨냥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각을 세우며 인종차별 문제 철폐 의지를 재확인, 통합의 리더십 부각에 힘을 써왔다.

'플로이드' 입에 안올린 트럼프…바이든 "인종적 정의위한 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