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세계 증시가 급등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위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추가적인 현금 확보에 나설 때라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경고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차입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간 기업 중 상당수가 연쇄 파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發 줄파산 우려…"기업들, 현금 확보하라"
총 3050억파운드(약 466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앤 리차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업들의 재무위기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리차즈 CEO는 “기업들이 여전히 적극적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할 때”라며 “자산운용업계에서 기업의 필요자금을 전부 지원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 은행이나 채권자 등 외부에서 조달한 부채와 주주로부터 확보한 자본 사이에서 적당히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코로나19 이후 정부 구제금융 및 채권 발행을 통한 부채만 과도하게 쌓였다는 것이다. 대규모 빚을 진 기업들이 증시에서 추가 자본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면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과도한 채무를 진 기업이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부채비율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큰손인 자산운용사들이 기업 증자를 지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게 리차즈 CEO의 설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대형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현금은 전체의 5.7%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평균(4.7%) 대비 1%포인트 높은 수치다. 월가에서는 증시 비관론을 버리지 않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기업 투자에 소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분위기는 개선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세계 200여 개 기업이 증시에서 총 670억달러(약 80조원)를 조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증시에서만 23억달러를 확보했다. 투자자가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 발행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최악의 시점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경기 낙관론을 펼 때가 아니라는 게 리차즈 CEO의 분석이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지난달에만 미국 기업 722곳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487곳)보다 48% 급증했다. 다만 리차즈 CEO는 “각국 중앙은행이 신속하게 대응한 덕분에 당분간 추가적인 경기 침체를 겪더라도 금융위기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