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호출업체 우버와 미국 2위 음식배달업체 그럽허브의 인수합병(M&A)에 경고등이 켜졌다. M&A가 무산됐을 때 발생하는 위약금(breakup fee)을 두고 양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서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버와 그럽허브는 최근 인수 가격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짓고 위약금 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럽허브는 미 규제 당국의 반대로 합병이 실패할 경우 우버 측이 위약금을 모두 현금으로 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버는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가격이 워낙 커서 물어줘야 하는 위약금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이다. 통상 M&A 계약에서 위약금은 거래 가격의 1~3%로 정해진다.

규제 당국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 대형 이동통신업체 AT&T와 T모바일의 합병 실패가 꼽힌다. AT&T는 2011년 390억달러를 들여 T모바일을 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 규제 당국이 "통신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요금 인상과 서비스 질 저하를 가져온다"고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AT&T는 T모바일의 모기업인 도이치텔레콤에 위약금으로 40억달러를 물어줘야 했다.

같은 이유로 우버와 그럽허브의 합병도 미 규제 당국의 반대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관측 나온다. 우버는 음식배달 대행업체인 우버이츠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늘면서 우버이츠는 급성장하고 있다. 우버와 그럽허브와 합병할 경우 사실상 미국 시장을 독식하게 돼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상황도 변수로 지목된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로 음식 배달 수요가 높아졌지만 경제 전반이 침체돼 이번 거래가 깨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버의 경영 상황도 녹록치 않다. 우버는 지난달 직원 6700여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4월 우버의 차량호출 사업 규모는 1년 전보다 80%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기반을 둔 그럽허브는 2004년 창업한 뒤 2014년 상장한 기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130억달러 이상으로 치솟았지만 경쟁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52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