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자(현지시간 27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1면에 나란히 ‘죽음’을 제목으로 뽑은 부고 기사를 크게 실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서 희생된 10만여 명을 애도한 겁니다.

올해 2월 29일 첫 사망자가 보고된 후 석 달도 되지 않아 미국에서만 10만205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의 미군 사망자를 합친 숫자보다 많지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초 ‘사망자 수 최대 10만명’ 공언을 넘어섰습니다. 대통령 예측이 한 달도 안 돼 깨진 겁니다. 그 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습니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175만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이 와중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1차 유행이 끝나지 않았으며, 다시 2차 정점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감염자 수가 언제든 다시 급증할 수 있는 만큼 각국이 지금 감소세에 안주해 방역을 늦춰선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겨울 다가오자 감염자 급증한 남미 국가들

요즘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앙지로 남미 국가들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브라질 페루 에콰도르 칠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지요.

무엇보다 남반구에 위치한 남미 지역에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겨울철엔 호흡기 질환이 급증하는 게 보통이지요.

남미 국가들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전세계 신규 확진자의 3분의 1이 남미에서 쏟아지고 있어서지요. 남미 국가들은 해당 지역의 동절기인 5~7월에 정점을 지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도 “올 가을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겨울철에 다시 유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에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한국 역시 재유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남미의 겨울을 지낸 뒤 북반구에 겨울이 찾아오면 다시 넘어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바이러스가 다시 한국으로 넘어오는 상황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관 부족한데 사망자 11명?"…못 믿을 통계

문제는 일부 국가들의 코로나 통계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입니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나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코로나19 진앙지인 중국만 해도 요즘 신규 확진자 및 사망자가 거의 없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중국 확진자는 장기간 8만여명 선에서 멈춰 있지요.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등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옵니다. 아예 확진자 및 사망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북한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구 수 2800만명의 베네수엘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8일 현재 1245명입니다. 그 나라가 발표한 숫자이죠. 쿠바는 1974명, 니카라과는 759명 뿐입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또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단 11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쿠바와 니카라과의 사망자 역시 각각 82명, 35명으로 돼 있구요.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는데도 오랜 기간의 포퓰리즘과 독재 정치 탓에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전락한 나라입니다. 국민들이 마실 물조차 부족하지요. 그동안 별 다른 이동 제한이나 휴교 조치를 내놓지도 않았는데도 이 처럼 사망자가 적다는 건 신뢰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베네수엘라 도심에서 사망자를 묻을 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온 마당입니다. 전문기관들은 베네수엘라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최소 3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지요.

중국과 북한,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등은 하나같이 언론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나라들입니다.

◆브라질 미스터리…검사만 하면 확진 판정

미국은 최근 “브라질 입국자를 전면 차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한 단호한 조처”라고 강조했지요.

코로나19에 관한 한 브라질은 매우 특이한 나라입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는 족족 확진 판정이 나고 있기 때문이죠.

브라질 방역 당국이 지금까지 검사한 숫자는 총 87만 건입니다. 확진자 수가 41만명에 달하니, 검사 후 확진률이 47%로 계산됩니다. 더구나 인구 100만명당 검사자는 4104명에 불과하지요. 미국(4만7851명)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입니다.

그런데도 브라질에선 매일 확진자가 2만명, 사망자가 1000명씩 쏟아지고 있습니다. 검사자 수를 늘리면 확진 판정이 걷잡을 수 없을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브라질 확진자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지요. 6.2%를 상회하는 브라질 내 사망률(치명률)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구요.

일부 연구진은 브라질 내 확진자 수가 당국 발표보다 최대 7배가량 많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자국의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도시 봉쇄를 늦추고 있는 브라질 당국의 정책이 재앙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역시 정치의 문제라는 겁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국가들이 진한 색깔로 표시돼 있다. 미국 러시아 브라질 등이 대표적이다. 28일 현재 전 세계에서 확진자 수는 약 549만 명, 사망자 수는 35만 명에 달한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다. WHO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국가들이 진한 색깔로 표시돼 있다. 미국 러시아 브라질 등이 대표적이다. 28일 현재 전 세계에서 확진자 수는 약 549만 명, 사망자 수는 35만 명에 달한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다. WHO 홈페이지 캡처
◆한국 진단검사 세계 74번째..항체 형성 관건

코로나19 사태를 비교적 빨리 겪으면서 정점을 지난 것처럼 보이는 한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경기도 부천의 쿠팡물류센터가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바람에 집단 감염이 또 터졌는데 이런 식이면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죠.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8일 기준 1만1344명입니다. 사망자는 269명이죠. 확진자 수로는 세계에서 49번째입니다만, 진단검사 횟수를 따지면 뒤로 많이 밀립니다.

한국은 지난 27일 기준 총 85만2876명을 검사했는데, 100만명당 1만6637명 꼴입니다. 세계 215개 국 중 74번째로 기록됩니다. 코로나 진단 검사를 매우 활발하게 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관건은 항체가 얼마나 형성돼 있느냐입니다. 변종 등에 의해 추가 감염되는 사례가 보고됐지만 일단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 있지요. 전체 인구의 60% 정도가 항체를 가지면 전염병은 사라진다는 게 집단 면역의 원리입니다.

영국 보건부가 최근 국민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항체 검사를 실시했더니, 전체의 5%, 런던 시민의 17%에서 항체가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13.9%였고, 뉴욕시만 놓고 보면 그 비율이 21.2%로 높아졌지요. 실제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감염됐다가 완치된 사례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정부도 조만간 무작위 항체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만 10세 이상 국민 8000명을 대상으로 혈액 속 일부 혈청(血淸)을 활용해 검사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항체 보유율이 높게 나오면서 집단 면역 체제로 진입하길 기대하는 건 어렵습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집단 면역은 이론일 뿐 현실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지요.

확실한 백신이 나올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의 2차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배송업체인 마켓컬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방역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방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한국에서도 코로나19의 2차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배송업체인 마켓컬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방역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방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치료제 아닌 백신이 핵심..“올해 못 나올 수도”

코로나19에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는 지금도 여러 개 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19를 예방해 주는 백신이지요.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이 뜨겁습니다. 코로나19 발병의 원인을 제공해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중국은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제약사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등도 백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지요.

하지만 여러 보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이 연내 보급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듯합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굿저지먼트는 “내년 4월 이전에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될 확률은 9%에 불과하다”고 전망했습니다. 굿저지먼트 패널은 6개 대륙에 걸쳐 금융·통계·정치·정보분석·과학·공학·기술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엔 5~10년이 걸리고, 2003년 등장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백신의 경우 아직도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이재갑 교수도 “모더나가 백신 임상 1사 결과를 공개했으나 임상 2상과 3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시제품이 나오는 시기는 빨라야 올해 말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백신 개발에 최종 성공하더라도 우리 국민에게 상용화 되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란 분석입니다.

코로나19의 2차, 3차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여러 경로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