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을 당시 상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했다고 털어놨다. 영국 내각은 존슨 총리의 사망을 대비해 비상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3일(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으로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존슨 총리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퇴원 및 휴식을 거쳐 총리 업무에 복귀한 후 그가 치료 경험을 구체적으로 털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리는 입원하기 전 런던 다우닝가의 총리관저에서 자가격리를 할 때 병원으로 옮기라는 참모들의 건의를 처음엔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화상 회의 등 업무를 계속 보고 있었기 때문에 입원을 거부했는데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고 힘들었다”면서 “참모들은 단호하게 ‘병원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돌이켜 보면 그들이 나를 입원시킨 것은 옳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존슨은 세인트토머스 병원에 지난달 5일 입원해 산소공급장치를 통해 계속 산소를 공급받다가 상태가 악화해 다음 날 중환자실인 중증치료병상으로 옮겨졌다. 이와 관련, “며칠 만에 상태가 이렇게 나빠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좌절했다”고 회고했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을 때 한때 상태가 더 악화해 의료진이 기관 내 삽관 등 인공호흡 방식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기관 내 삽관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의사들의 의견이 갈라지기도 했다”면서 “의료진은 사태가 나빠졌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등 모든 방안을 놓고 논의했고 혈액 수치는 악화됐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총리가 사망할 경우를 대비한 비상 계획도 짰다고 한다. 존슨은 “참모진들은 ‘스탈린 유고 시’와 비슷한 시나리오를 세웠다”면서 “힘든 시간이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각이 총리 유고 시 비상계획을 마련한 것을 두고 구소련을 철권 통치했던 이오시프 스탈린 사망 당시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총리 인터뷰를 실은 더 선은 인터뷰 기사의 제목을 “존슨은 자신이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동안 의사들은 그의 죽음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고 뽑기도 했다. 존슨은 그러나 상태가 호전되면서 중증치료병상에서 사흘 밤을 지낸 뒤 나오게 됐다.

세인트토머스 병원 측은 그의 퇴원 당시 총리가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나온 사실만을 밝혔을 뿐 치료 당시 상태가 얼마나 위중했는지 등은 지금까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존슨은 퇴원한 뒤에는 총리 지방관저인 체커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지난달 27일 업무에 복귀했다.

업무 복귀 이틀 뒤 태어난 아들에게는 자신의 치료를 담당한 세인트토머스 병원 중환자실 의사 닉 프라이스와 닉 하트의 이름을 따 니컬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존슨이 약혼녀 캐리 시먼즈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정식 이름은 윌프레드 로리 니컬러스 존슨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