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지난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매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이 증가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인터넷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미 증시 시가총액 1위인 MS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5% 증가한 350억달러(약 42조4000억원)로 집계됐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337억6000만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MS의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59%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재택근무 확대로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MS의 PC 사업과 게임콘솔(엑스박스) 매출도 증가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년치에 해당하는 디지털 전환 수요가 두 달 만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MS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 다음 분기를 포함한 2020년 전체 매출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시장이 불투명해 2분기 실적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았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도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증가한 177억달러를 기록했다. 페이스북의 일간 이용자(DAU)는 작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7억3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페이스북은 그러나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분기에는 광고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비드 웨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도 위기에 면역된 것은 아니다”며 “3월 첫주부터 광고 매출의 급격한 감소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4월 첫 3주 동안은 광고 매출이 안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1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59억8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테슬라는 3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모델3’ 판매가 증가한 덕분이다. 모델3는 1분기 7만6200여 대가 팔려 나갔다. 전체 판매량(8만8400대)의 86%에 이른다.

대형 기술 기업들이 좋은 성적을 낸 반면 전통 제조업은 코로나19 사태에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1분기 매출이 169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6% 급감했고, 6억41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1억5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보잉은 일시 해고 등을 통해 인력의 약 10%(1만6000명)를 줄이기로 했다. 데이브 캘훈 보잉 CEO는 “코로나19가 항공기 수요와 생산, 공급망 안정 등에 나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항공 여행 수요가 1년 전보다 95% 급감했다”며 “지난해 수준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데는 2~3년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