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1분기 -4.8%(연율)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29일(현지시간) “경제가 회복 궤도에 들어설 때까지 강력하고 선제적이며, 공격적으로 권한을 사용하겠다”며 강력한 경제 사수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재정적자는 중대한 문제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데 방해가 돼선 안 된다”며 의회와 백악관에 더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했다.

파월의 돌직구 "정부, 재정 더 풀어라"
이날 Fed는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성명에서 “공중보건 위기가 경제활동과 고용, 단기물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중기 경제 전망에도 상당한 위험을 가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현 0~0.25%에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의 예상과 부합한다. Fed는 또 “경제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궤도에 올라섰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현 금리 수준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경기부양 조치 등 정책 발표는 없었지만 Fed는 성명서 첫 문장에서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중기적으로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표현을 성명서에 추가한 것은 향후 추가적인 정책 대응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Fe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뒤 제로 금리(3월 17일) 및 무제한 양적완화(3월 23일)에 이어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4월 9일)을 내놓고 여러 자산매입 기구를 통해 회사채, 정크본드 등까지 사들이기로 했다. 파월 의장은 “(자산매입 기구들은) 활짝 열려 있으며, 필요에 따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Fed는 법적으로 대출 권한만 있고 지출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재정지출 확대를 거론했다. 재정적자 우려에는 “그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이 과감하고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은 이날 발표된 1분기 GDP가 -4.8%를 기록하는 등 경제 충격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2분기 (성장률 등) 데이터는 과거 어떤 것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제 봉쇄는 1분기 말인 3월 19일부터 본격화됐다. JP모간은 2분기 성장률을 -40%로 예상했고 골드만삭스는 -34%, 에버코어ISI는 -50% 등으로 전망했다.

Fed가 ‘중기적으로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밝힌 데 대해 파월 의장은 “(중기는) 내년이나 그 이후”라고 말해 2022년까지도 충격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침체의 깊이와 기간은 매우 불확실하며 바이러스를 얼마나 빨리 통제하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