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록시클로로퀸 3천만회 복용량 공수…"대통령 언급 없었으면 몰랐을 약"
코로나19 치료효과 입증 안 돼·부작용 우려…전문가 "이성적 대응 아니다"
트럼프가 "신의 선물"로 부른 약, 미 22개 주에서 무더기 확보
미국에서 최소 22개 주(州)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총 3천만회 복용량의 말라리아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라고 거듭 홍보해왔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AP통신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최소 22개 주와 워싱턴DC가 일정량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확보한 상태라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클라호마주는 이 약품 구매비로 200만 달러(약 24억5천만원)를 썼으며, 유타주와 오하이오주도 각각 수십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확보한 나머지 주와 도시는 지난 한 달간 미 연방정부나 제약회사로부터 무료로 약품을 지원받았다.

뉴욕주, 코네티컷주, 오리건주 등은 뉴저지에 기반한 민간 제약업체 '암닐 파마슈티컬스'로부터 약품을 기증받았으며,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등 14개 도시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으로부터 총 1천440만회 복용량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받았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의 선물", "게임 체인저" 등으로 부르며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라고 홍보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공식 석상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총 17차례나 언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약물의 실제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으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가 "신의 선물"로 부른 약, 미 22개 주에서 무더기 확보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4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관련해 심장 박동 불규칙 증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병원이나 임상시험에서만 처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은 코로나19의 치료나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관련 공포가 확산한 상황에서 이 약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다면 오남용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 30여년간 제약업체들에 임상시험 관련 컨설팅을 해온 케네스 클라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약물에 관한 부적절한 관심을 증폭시키지 않았다면 주들이 이에 대해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정부와 보건 당국이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와중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치료제 후보로 고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많은 코로나19 환자는 기저질환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AP에 말했다.

그는 "주와 연방 정부는 이런 우려를 고려해 행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성적인 대응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