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2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5.5%로 0.5% 포인트 인하했다.

중앙은행은 이날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지난 3월 이사회 이후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했다”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세계와 러시아에서 엄격한 제한 조치들이 취해졌으며 이것이 경제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기준금리 인하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총수요 측면에서 심각하고도 지속적인 소비자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유가 하락 등 일시적 물가 상승 압박을 상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은 그러면서 추후 이사회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0.5% 포인트 인하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다소 큰 폭이다. 러시아의 기준금리는 2013년 말~2014년 초 수준까지 떨어졌다. 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월 초순 기준금리를 연 6%로 0.25% 포인트 인하한 뒤 지난 3월 이사회 때는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인하 조치는 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각종 제한 조치, 원유 수요 급감과 유가 폭락 등이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이후 현지 주요 주가지수인 RTS 지수와 현지 통화 루블화 가치는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이날 중앙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도 수정했다. 은행은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6% 정도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의 1.5~2% 순성장 전망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2021년 성장률은 2.8~4.8%, 2022년 성장률은 1.5~3.5%로 예상했다.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이같은 성장률 전망은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이 올해 배럴당 27달러, 2021년에 35달러, 2022년에 45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상정한 것이다.

중앙은행은 경제 회복 속도가 상당 정도 정부와 중앙은행이 코로나19 영향 최소화를 위해 취하는 조치들의 규모와 효율성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서 올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을 -5.5%로 전망한 바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