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여간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총선을 세 차례 치룬 이스라엘이 또 연정 구성 난항을 겪고 있다. 총리 후보로 지명된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 겸 국회의장과 이스라엘 사상 최장기 재임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간 협상이 삐걱거려서다. 정치 맞수인 두 사람은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비상 내각이 필요하다며 연정 구성 협상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연정 구성 기간을 더 달라는 간츠 대표의 요청을 거절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 상황에서 기한 연장은 불가하다”며 “네타냐후 총리와도 통화했으나 그 또한 가까운 시일 내 양측이 합의해 연정 구성을 할 수 있다는 확언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간츠 대표는 지난달 15일 리블린 대통령으로부터 연립정부 구성권을 받았다. 지난 2월 이스라엘 총선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이 개별 정당 최다 의석(36석)을 차지했지만, 소수 정당들이 잇달아 간츠 대표 편에 서 간츠 대표의 지지층이 더 넓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총선 득표율에 관계없이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총리 자리에 오른다.

간츠 대표가 연정 구성을 시도할 수 있는 기간은 13일 자정까지다. 당초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은 네타냐후 총리가 내년 9월까지 18개월간 총리를 역임하고, 이후 30개월간은 간츠 대표가 총리를 맡는 방안에 양측이 합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재임하는 동안엔 간츠 대표가 외무장관을 역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법부 인사 체계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반(反) 네타냐후’ 전선 구축을 목적으로 간츠 대표를 지지했던 아랍계 정당연합 등 일부 소수정당도 간츠 대표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 청백당은 지난 2월 총선에서 33석을 확보했다. 아랍계 정당연합은 15석을 차지했다. 이스라엘에서 연정을 구성하려면 의회 의원 과반(61명)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간츠 대표는 지난 11일 리블린 대통령에 연립정부 구성 기간을 14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 사태와 유대교 축일인 유월절 등으로 협상이 늦어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요청이 거절되면서 이후 연정 구성권이 의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리블린 대통령이 간츠 대표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의회에 차기 총리 지명권을 넘기겠다고 밝혀서다.

이스라엘은 1년 넘게 연립정부가 없는 정국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4월과 9월 각각 총선을 치렀으나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 모두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