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 일찍 들지 마라"…증시 회복세에 잇따른 경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조만간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개시되면 본격적인 하강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S&P500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으로 떨어졌던 지난달 23일 이후 20% 이상 반등했으나 더 큰 혼란이 닥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JP모간체이스의 글로벌주식 전략가인 미슬라프 마테카는 “증시에서 안도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전염병 확산에 따른 기업 실적 하락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급등이 증시에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했다. 이 투자은행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전략가는“지금 시점엔 증시의 하방 위험이 더 높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수 차례 증시가 급반전했지만 진짜 바닥은 2009년 3월이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요국 증시가 상승한 것은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역별 봉쇄가 조만간 풀리고, 상품 및 서비스 구매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 Ifo경제연구소는 올 2분기 독일 성장률이 -9.8%로 떨어질 것이라고 이날 예측했다. 프랑스 중앙은행 역시 1분기 자국 성장률이 -6.0%를 기록한 데 이어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 수준이다. 두 나라 모두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들어섰다는 신호라는 게 FT의 설명이다.

스위스 유니제스천 펀드의 살만 베이그 매니저는 “1~2주일 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데, 그러면 (실적이) 얼마나 악화했을 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증시가 바닥을 쳤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투자전략가는 “전염병 사태 후 각 정부가 전례없는 규모로 대책을 쏟아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마크스 회장은 최근 고객에 보낸 서한에서 “바닥이 언제일 지 아는 건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주식 시장에 다시 돈을 넣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