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산유국들에 "글로벌 경제 안정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근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 뒤 인위적 가격 인하와 증산 등을 통해 '석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2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한 뒤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제 유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사우디와 러시아 간 석유 전쟁으로 배럴당 20달러대 초반까지 폭락했다.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오면서 국제 유가는 소폭의 오름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0.65달러(2.8%) 상승한 24.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원유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글로벌 경제침체의 공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G7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경제 성장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자리와 기업,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고 경제 성장과 투자 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필요한 기간만큼 확장적 정책을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무역과 투자 증진도 약속했다.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법, 백신의 개발과 생산, 배포를 지원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재무부의 고위관리 등을 인용해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적 목표를 구체적 숫자로 합의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G7은 "주간 단위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며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으로 구성돼 있다. G7 국가를 포함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26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화상회의를 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G20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수조 달러 규모의 '전시 계획'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