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유량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3위인 러시아 간 갈등으로 촉발된 석유전쟁에 1위인 미국도 뛰어들었다. 미국 연방정부는 셰일업체 보호를 위해 전략 비축유 매입에 나섰고 텍사스 주정부는 원유 생산 감축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유가는 당분간 급락과 급등이 되풀이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트럼프 "사우디-러시아 석유전쟁에 개입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증산 경쟁과 관련해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해 많은 힘을 갖고 있다”며 “그들이 가격과 생산량 문제로 싸우면 적절한 시기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경제는 석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절박할 것”이라며 “사우디도 이렇게 싸우는 것이 나쁜 일이지만 그들은 지금 가격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는 이달 들어 사우디와 러시아가 산유량 감산 합의에 실패한 뒤 폭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한 것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씨티그룹은 2분기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평균 17달러로 전망하지만 심하면 5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5달러는 사우디의 손익분기점 10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19일에는 최근 급락에 따른 매수세 유입과 미국 정부 개입 발표 등으로 유가가 크게 반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3.8%(4.85달러) 오른 25.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률로 역대 최고치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날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석유업계 지원을 위해 전략 비축유 3000만 배럴을 매입하기로 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미국 셰일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는다. 셰일오일은 중동 산유국의 유전보다 생산 단가가 높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이어야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전략 비축유 저장고는 7700만 배럴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전략 비축유를 더 매입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회 지원을 요청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텍사스 주정부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곳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