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코로나19 발원지'서 '우호적 지원자'로 비치려 노력"
신뢰성 높일 활동 적극개입…일대일로 통한 세력확장 관측도

중국이 유럽 국가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큰 타격을 보고 있는 이탈리아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300명을 파견한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 상황이 심각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주도인 밀라노에 이날 1차로 중국 의료진 10여명이 항공편으로 도착했다.

중국 이미지 세탁…EU가 버린 이탈리아에 의료진 300명 파견
이러한 지원은 롬바르디아주가 중증 환자를 위한 추가 병상과 산소호흡기, 의료진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경제·금융 중심지인 밀라노의 임시 병원 1개소에서 400개의 중증 환자용 병상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력은 의사 500명, 간호사 1천400명에 이른다.

중국은 코로나19 진단 도구와 방호복도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폴란드, 그리스 등 유럽 국가에 보냈다.

WSJ은 중국이 연대를 표명하며 "코로나19 발원지에서 '우호적인 지원자'로 국제적으로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지원 노력이 유럽 현지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 수요와 비교하면 소규모지만, 중국 당국의 대책들이 주목받으면서 외교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의 지원은 이탈리아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실망한 사람들이 많은 다른 국가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들 국가 역시 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중국에 문을 열어놓은 채 효과적인 대책 마련에 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EU 회원국 중 어느 국가도 이탈리아의 마스크 지원 요청에 화답하지 않았으며 독일 당국은 오히려 의료장비 전달을 한때 지연시키기도 했다고 WSJ은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중국의 이탈리아 지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세계공공정책연구소'(GPPI)의 토르스텐 베너 소장은 "중국이 인도주의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바이러스가 비롯된 곳에 대한 역사와 그들의 초기 대처가 어떻게 그것을 전 세계로 퍼져나가도록 했는지를 고쳐 쓰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이미지 세탁…EU가 버린 이탈리아에 의료진 300명 파견
베너 소장은 최근 상황에 대해 "EU 연대의 충격적인 실패"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세르비아 등지에서의 인상은 (EU에 의해) 약화한 연대만이 남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긴 했지만, 코로나19가 덮친 EU 회원국에선 현재 자국 내에서의 가용 의료인력과 물품 수급에만 신경을 쓸 수 있는 상태다.

WSJ은 이런 가운데 중국이 자국을 '신뢰할만한 상대'로 묘사하는 외교적이고 인도주의적 활동에 개입했다며 중국의 '코로나19 외교정책'은 이제 발칸 반도 국가에도 확산했다고 소개했다.

EU 가입을 희망해온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EU 연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를 도울 곳은 중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정치 분석가 이반 크라스테프는 유럽 민주주의 국가 구성원 일부에게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중국의 권위주의 체계를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이 마스크 200만개, 진단 도구 5만개를 지원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EU 역시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지난 1월 중국에 50t의 관련 장비를 보냈다고 거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국의 지원이 "호혜적"인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EU에서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지난해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선진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일대일로에 동참하기로 하는 등 경제적으로 밀착해왔다.

이탈리아에선 이날 현재 3만5천71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2천97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