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되자 뉴욕·뉴저지주(州) 등이 임시 병원 건설에 나섰다. 수십만~수백만 명까지 환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뉴욕시가 주민 이동을 금지하는 ‘자택 대피’ 명령을 검토하는 등 미국의 경제 활동이 사실상 중단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CBS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필 머피 뉴저지주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새로운 임시 병원을 짓는 데 미군 공병대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환자 급증에 대비해 중국이 우한시에서 한 것처럼 새 병원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이날 오후 11시(동부시간) 현재 623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105명에 달한다. 50개 주와 워싱턴DC 등 모든 지역에서 환자가 생긴 가운데 뉴욕주에서 1706명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타났고, 뉴저지주에서도 267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머피 주지사는 향후 몇 주간 중환자 병상이 추가로 2000개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악의 경우 오는 5~10월 12만~31만 개의 병상이 요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주도 마찬가지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지난 15일 “확진자가 1만 명을 돌파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육군 공병대를 동원해 기존 군 기지나 대학 기숙사 등을 코로나19 환자 의료시설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군도 해군의 USNS 머시호(號), USNS 컴포트호 등 병원선(船) 두 척과 이동형 병원인 ‘원정 의료시설(EMF)’을 투입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48시간 내에 ‘자택 대피’ 명령을 내릴지 결정할 계획”이라며 “840만 명의 뉴욕 주민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택 대피 명령이 내려지면 식료품 구입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통행이 금지된다. 샌프란시스코 등 미 서부 실리콘밸리 일대 7개 카운티는 17일부터 3주간 주민들이 집에 머물도록 하는 자택 대피 명령 시행에 들어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