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약국과 식료품점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상점에 대해 11일(현지시간) 긴급 휴업명령을 내렸다. 전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이동금지령을 내린 지 이틀만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2000명대까지 급속히 늘어난 상황에서 이동금지만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사진)는 이날 밤 긴급성명을 통해 “약국과 식품점 등 기본적인 생필품을 판매하는 곳을 제외한 모든 상점과 술집, 식당, 미용실 등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유례없는 이동 및 사회활동 제한 조치에 대한 국민의 협조에 감사한다”면서도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다음날인 12일부터 즉시 발효된다. 콘테 총리는 이 긴급조치가 언제 해제될 지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공장과 같은 대기업들은 감염 방지를 위한 적절한 보안대책을 채택한다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료품점을 계속 문을 열기 때문에 국민들은 서둘러 식료품을 살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9일 전국을 주민 이동을 금지하는 레드존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6000만여 명의 모든 이탈리아 국민은 가족 방문, 업무,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허가를 받지 않으면 거주지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만2462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 2313명 증가했다.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사례가 확인된 이래 하루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한 지역에서만 148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도 전날 대비 196명 증가한 827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전날의 하루 기준 신규 사망자 기록(168명)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수 모두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6.6%로 상승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파악한 전 세계 평균 치명률(3.4%)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현지 안사통신에 따르면 날 이탈리아 하원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안사통신은 해당 의원 인근에 앉았던 모든 의원들이 하원 출석 금지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연립정부를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의 니콜라 진가레티 대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알베르토 치리오 피에몬테 주지사, 살바토레 파리나 군 참모총장도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