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감기 증세로 1일(현지시간)부터 시작한 사순절 피정(避靜)에 불참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 유럽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가톨릭 신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회에서 "불행하게도 감기로 인해 올해는 (사순절 피정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며 "나는 바티칸에서 묵상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피정은 가톨릭 신자가 고요한 곳에서 묵상·성찰·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하는 것이며 사순절은 부활절 전 40일(四旬) 동안 절제하는 기간이다.

교황은 당초 로마 남동쪽 외곽의 한 수도원에서 이날 오후부터 6일간 연례 사순절 피정에 나설 예정이었다. 교황이 가톨릭 신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순절 피정에 불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2013년 즉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운집한 수천명의 신도 앞에서 행한 짧은 강론 중 여러 차례 기침하는 등 건강이 편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지난달 27일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사순절 미사 집전을 취소한 이후 외부 공식 일정을 자제하고 있다.

교황청은 교황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세간의 추측에 대해 "가벼운 질환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부인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