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계 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경제 사회 발전 목표를 달성할 자신이 있다"고 말한 뒤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를 축소 발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4일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는 단지 11건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지난 2주간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 확진 사례가 대폭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통계 기준이 최근 세 차례나 변경되면서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 벤저민 카울링 홍콩대 역학과장은 "통계 수치가 실제 추세를 말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진단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통계 기준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임상진단 병례 기준을 확진 범위에 넣어 적용한 지난 12일에는 하루에만 중국 전역의 신규 확진자가 1만5000명 가까이 급증했다. 임상진단 병례는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아도 임상 소견과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로 확진자에 포함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9일에는 다시 임상진단 병례를 확진자 수에서 제외하도록 기준이 변경됐다. 이날에는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 밑으로 떨어졌다. 통계 기준의 잇따른 변경에 혼란이 가중되면서 비난 여론이 일자 중국 정부는 기준을 다시 원래대로 변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통계가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로드니 존스 위그람캐피털어드바이저스 사장은 "지난 한 주간 바이러스가 정치화됐다"며 "중국 지방정부들의 딜레마는 높은 코로나19 감염률이 시 주석을 직접 깎아내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발언을 의식한 지방정부들이 확진자 수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는 얘기다.

FT는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확진자 수 축소 보고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후베이성 다음으로 피해가 큰 중국 남부 광둥성의 의료 전문가들은 공식 수치를 줄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