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루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은 오는 11월 미 대선 전까지 이란과 전쟁을 벌일 리 없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시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게 근거다.

16일(현지시간) 미 관영 매체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이 열리는 해에 결코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재선 가능성을 확 낮출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때문에 미국이 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간 긴장 관계는 2018년 미국이 2015 이란핵합의(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꾸준히 고조됐다. VOA는 “최근 미국과 이란간 적대감은 40년 전 이란이 미국 대사관에 침입해 미국인을 인질로 잡았던 시절 이래 최고 수준”이라며 “미국은 이란이 테러 배후에 있다고 비판하고 있고, 이란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접근이 이란 경제를 파괴하며 중동 역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 양측은 지금까지 전면전을 피했다. 지난 1월3일 미군이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폭살했을 때도 양측의 군사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닷새 뒤인 8일 이란은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VOA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미군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날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을 이용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對)이란 경제제재 수위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서 군사 충돌을 일으키긴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선에 독이 될 수 있어서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내 미군 철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국이 중동에 들어간 것은 사상 최악의 결정”이라는 발언도 했다. 막대한 비용과 자국 병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 역내 주요 지역에서 주둔 중인 미군을 줄이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말엔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시리아 등에서 미군을 빼겠다고 공언했다. 작년 10월엔 이에 따라 시리아 북부 미군 철군 결정을 내렸다. 지난 15일엔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미군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임시 휴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휴전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기존 1만2000여명 병력을 약 8600명으로 차차 줄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전면전 대신 국지적 충돌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역내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이 ‘대리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16일엔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인근에 로켓포 공격이 발생했다. 알자지라는 “이라크 정부기관과 의회, 각국 대사관 등이 몰려 있는 그린존을 향해 카추사 로켓 네 발이 발사됐고, 세 발이 그린존 안에 떨어졌다”며 “친(親)이란 이라크 군사세력 하라카트 알누자바가 공격 발생 수 시간 전 공격을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