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경제가 뒷걸음질한 것은 다섯 분기 만이다.

日, 5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아베노믹스 '휘청'
17일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분기 대비 1.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2018년 3분기(전분기 대비 -0.6%) 후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 0.1%로 미약하지만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4분기에 끝내 마이너스로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연율 환산 GDP 증가율은 -6.3%로 2014년 2분기(-7.4%) 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 같은 결과는 일본 민간경제 연구소들의 예상치(-3.9%)보다 훨씬 나쁜 것이다.

일본 경제가 낙제 성적표를 받은 데에는 GDP 구성항목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4분기 일본의 개인소비는 2.9% 감소했다. 개인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다섯 분기 만이다. 지난해 10월 소비세율을 기존 8%에서 10%로 인상한 데다 대형 태풍 등 자연재해가 겹친 점이 소비 부진을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기업 설비투자도 3.7% 감소했다. 설비투자 감소폭은 2018년 3분기 후 최대치다. 중국 경기 둔화 영향으로 기업의 생산설비 투자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수출도 0.1% 줄었다. 주택 투자는 2.7% 감소했다.

일본 경제의 부진한 성적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예상 밖 충격파가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만큼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일본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으로 지목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일본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경우 주저하지 않고 추가적인 양적 완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해 말 대규모 재정정책을 시행하기로 하고 의회에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마련한 경기 부양책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