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실해도 '확진 판정' 못 받으면 다른 병명으로 사인 기재
"폐렴조차 사인으로 명시 못 해"…유족은 장례 절차서 배제돼
중국 통계 불신 커져…"폐렴 사망도 코로나19 사망자로 안잡혀"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하루 새 폭증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내놓는 관련 통계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武漢)이 있는 후베이(湖北) 지역에서는 1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만4천840명, 242명으로 대폭 늘었다.

신규 확진자의 경우는 전날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치로, 임상진단자를 새로 포함했다지만 중국 정부의 통계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우한 주민들과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이 거의 확실한 의심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해 정부가 발표하는 사망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증언했다.

우한시에서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가 은퇴한 웨이쥐란(63) 씨는 평소 건강 상태가 양호했지만, 지난달 초부터 기침과 발열, 기관지 감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달 말 사망했다.

하지만 그가 사망한 지난달 21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사망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그의 사망증명서에 사망 원인이 코로나19가 아닌 '중증 폐렴'으로 기재됐기 때문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응급실에 들어갈 때 의사는 "중국 전역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바로 그 폐렴"이라고 말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임을 시사했다.

현지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우한과 후베이성 병원에 환자들이 워낙 많이 몰리는 데다, 확진자를 판별할 진단 키트마저 부족한 것이 이러한 통계 누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우한 내 의사 웨이펑은 "확실한 확진 판정 없이 의심 증상만으로 의사들이 환자를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하는 것이 금지됐다"며 "심지어 '폐렴'이라는 진단조차 내릴 수 없어 사인을 당뇨병, 장기부전 등으로 적는다"고 말했다.

우한 내 의료 자원이 심각하게 부족해 입원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는 코로나19 의심 환자들도 정부 공식 통계에서 제외된다.

한 코로나19 환자는 우한 내 앰뷸런스 호출이 폭주해 앰뷸런스를 부를 수 없었던 탓에 집에서 사망했고, 결국 사망자 통계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일부 환자는 사망 후 사인 판정마저 받지 못한다고 현지 의료진은 전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자오야후이(焦雅輝) 의정의관국 부국장은 "현재 사망률은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에 한정된 것이며, 경증 환자나 다른 경우에는 정부 통계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혀 정부 통계의 허점을 인정했다.

중국 통계 불신 커져…"폐렴 사망도 코로나19 사망자로 안잡혀"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코로나19 환자들은 병상을 구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베이징에서 온 자원봉사자 니녠 씨는 "코로나19 감염으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의 경우 그녀 자신과 아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며 "시어머니마저 감염돼 시어머니를 위한 병상을 구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 온라인에서 유포되는 한 동영상을 보면 병상을 구하지 못한 한 여성이 아파트 발코니에서 징을 울리면서 "살려주세요! 죽어가고 있어요! 제발 저를 좀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여성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병상을 구하고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사망한 환자의 가족은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를 수 없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사망한 환자들은 그 시신을 모아서 한꺼번에 화장한다고 한다.

우한 주민 샤청팡(28) 씨는 "할아버지가 지난달 26일 돌아가셨지만, 병원 측에서 장례업체에 연락해 즉시 화장했다"며 "우리는 이러한 절차에 전혀 참여할 수 없었으며, 마지막 작별 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사망자 유족은 "우리는 고인의 유골마저 가져올 수 없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후에야 유골을 받아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우한 장례업체들은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24시간 운영 체제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한 장례업체 직원은 "교대로 근무하면서 24시간 운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는 쉴 틈조차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