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확산 탓에 중국으로부터 부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울산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중국발 부품 공급 대란 우려가 일본 자동차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사태 때에 비해 일본차 업계의 중국 부품 의존 규모가 10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업계도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공급난 우려가 커지면서 서둘러 대책마련에 들어가고 있다. 2017년 중국 자동차 부품업계의 수출규모는 686억달러(814282억원)에 달한다. 이중 미국이 25%, 일본이 10%, 한국과 독일이 각각 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하면 일본차 업계에 미치는 타격도 클 전망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2018년 일본차 업계는 중국 자동차 부품업계로 부터 3470억엔(37651억원)어치를 수입했다. 사스 사태가 벌어졌던 2003년에 비해 10배가량 수입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중국산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전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부품도 적지 않다. 도요타방직은 중국 저장성에서 생산하는 시트커버를 수입하고, 상하이에서 만든 안전벨트의 벨트 부분을 이용해 관련 부품을 만든 뒤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다. 도요타자동차 계열 부품회사인 주오핫죠는 중국에서 공급받은 자물쇠 케이블 등을 일본 자동차 업계에 공급하고 있다. 혼다는 사이타마현 공장에서 생산되는 CR-V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케이스를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부품업체 원순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중국산 이외에 대체생산이 불가능한 품목도 있다는게 일본 부품업계의 설명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통상 1개월분의 부품 재고를 가져가고 있는데 중국발 부품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만간 일본차 업계의 생산차질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일본차 업계가 중국 춘제()연휴에 앞서 2~3주간 미리 재고물량을 확보한 경우가 많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재고가 1주일 치 정도 밖에 안남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차 업계의 대체조달처 확보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혼다계열 일본 부품업체 에프테크는 우한 공장에서 생산되던 브레이크 페달을 필리핀 공장에서 대체 생산키로 했다. 미쓰비시자동차도 부품조달 상황을 자세히 조사해 대체 생산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