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증언 '위협'되자 달래기에서 맹공 선회…WP "볼턴, '수류탄' 될수도"
親트럼프계 중진도 "볼턴 신뢰성 공격하면 증인채택 요구 커질수도" 우려
트럼프의 '볼턴 죽이기' 양날의칼…"볼턴 '트럼프의 존딘' 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인신공격성 독설과 악담을 퍼부으며 '돌변'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그의 회고록에 대해 국가안보상 기밀 정보를 이유로 '출간 불가'라며 제동을 걸었고, 여당인 공화당 차원에서는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한 집단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곧 나올 회고록에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원조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연계했다는 '메가톤급 폭로'가 담겼다는 내용이 공개돼 볼턴 전 보좌관의 증언 여부가 탄핵 심판을 뒤흔들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볼턴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전방위적 초강경 대응 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볼턴 죽이기' 전략은 '양날의 칼' 내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 맹공'은 지난해 11월말 하원의 탄핵 조사와 관련, 법원이 전·현직 당국자들의 의회 증언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볼턴 전 보좌관의 보복 증언 가능성을 염려한 듯 "존 볼턴은 애국자"라고 띄우기를 시도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존 볼턴을 달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고록 관련 보도 후 볼턴 전 보좌관을 맹폭한 것 자체는 놀랄만한 일이 아니지만 볼턴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 폭발'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보도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볼턴 전 보좌관 경질 후 그가 주창했던 대북 '리비아 모델'(선(先)북핵 폐기-후(後)보상) 등을 공개비판하긴 했지만, 그동안 자신과 좋지 않게 결별한 다른 참모들에게 했던 것과는 달리 볼턴전 보좌관에 대해서는 일전을 치르는 모드를 자제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 섞인 달래기' 내지 '조심스럽게 다루기' 전략은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고, 볼턴 전 보좌관은 이제 이번 탄핵의 핵심쟁점인 이른바 '퀴드 프로 쿼'(대가성 거래) 의혹에 대한 핵심적 증인으로 떠오르게 됐다고 WP는 전했다.

증언대에 설 경우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백악관의 출간 불가 판정에 볼턴 전 보좌관측이 불복, 송사를 제기할 경우 양측의 갈등이 '법적 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보좌관을 '애국자'에서 돌연 '재앙'으로 매도하며 비방과 신뢰성 흠집 내기 전략 쪽으로 선회했지만, 이는 위험 소지가 작지 않다고 WP는 지적했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계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트위터에서 "볼턴의 신뢰성이 공격받게 되면 오히려 그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요구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부작용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난타'에 자극받은 볼턴 전 보좌관이 어떠한 '폭탄'을 투하할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에 대한 접근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WP는 별도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볼턴 증언 차단 시도는 그가 유죄인 게 아니라면 납득이 안 되는 처사"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볼턴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선서하고 질의에 답하도록 하지 그러냐"고 꼬집었다.

실제 두 사람의 사이가 루비콘강을 건넌 가운데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의 존 딘'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워싱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존 딘 전 백악관 법률고문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사임을 몰고온 워터게이트 사건의 핵심 증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기획, 은폐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으나 이후 의회 공개 증언을 통해 닉슨 전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을 제공해 그의 사임을 끌어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WP 칼럼니스트 제니퍼 루빈은 '존 볼턴은 트럼프의 존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존 볼턴은 한때는 충성스러웠지만 결국 닉슨 행정부 전체를 몰락시킨 존 딘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입을 꽉 다물고 있는 것보다 커리어나 책 판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야말로 행정부를 폭파시킬 준비가 돼 있는 '수류탄'이라고 촌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