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의 최대 경쟁자로 삼성을 꼽으며, 애플이 삼성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관세 부과를 면제해 줬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 중 미 CNBC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나는 그들(애플)을 많이 도와줬다. 그들에게 (관세) 면제를 해줬다"며 "그것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알다시피 그들은 삼성과 경쟁한다. 삼성은 그들의 '넘버 원' 경쟁자라고 생각한다"면서 "삼성은 한국 출신이다. 우리는 한국과 무역협정을 맺고 있어 그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한미 FTA에 따라 관세 혜택을 받는 삼성과 달리 애플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물어야 할 상황이라 이를 면제해줬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분쟁에서 중국산 PC 부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자 애플은 가격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며 관세 면제를 요청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중국을 압박하겠다며 지난해 12월 중국산 제품에 15%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고, 이 때문에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하던 휴대전화가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를 상황이었다.
팀 쿡 애플 CEO
팀 쿡 애플 CEO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이 예정대로 중국산 상품에 대해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면 애플은 아이폰 1대당 약 150달러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고 봤다. 애플이 비용을 모두 떠안는다고 가정할 때 15%의 관세로 애플의 내년 주당순이익(EPS)은 약 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애플을 도운만큼 애플도 미 정부에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애플은 우리를 도와야 한다"며 "그들은 많은 범죄와 범죄자의 심리에 대한 키를 쥐고 있고, 우리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가 범죄 수사의 유용한 수단이지만 애플이 잠금장치 해제를 거부해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