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엔 "문제 해결에 힘 합치자" 유화 메시지

마흐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실 실장은 22일(현지시간)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가 선택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란 국영 IRNA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에지 실장은 이날 "일부가(일부 국가가) 이란 안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가져가는 것이 가능한지를 논의했다"며 "만약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리는 핵합의 탈퇴와 같은 더 강력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에 서한으로 핵합의 탈퇴 가능성을 제기한 적 있다고 덧붙였다.

바에지 실장의 언급은 이란 핵합의와 관련해 유럽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란 대통령실장 "핵합의 탈퇴도 선택지 중 하나"…유럽에 경고
앞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지난 19일 유럽 측이 핵합의를 지키지 않고 분쟁 조정 절차를 실제 개시한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협조를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핵합의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지난 14일 이란이 핵합의를 어겼다면서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하는 공동위원회를 소집한다고 발표했다.

공동위원회는 핵합의 당사국 중 한쪽이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때 이에 서명한 7개국(현재는 미국 제외 6개국)이 유럽연합(EU)의 주재로 모이는 회의다.

이곳에서 당사국의 입장을 듣고 논의를 벌인 뒤 다수결로 위반이라고 결정되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핵합의 존속 안건을 넘기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가 핵무기를 막기에 부족하다며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단계적으로 복원했다.

이달 초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폭사 등으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이란 정부는 지난 5일 핵합의에서 정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제한 규정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바에지 실장은 중동에서 이란의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바에지 실장은 이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는 이란과 미국의 관계처럼 돼서는 안 된다"며 "이란과 사우디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IRNA통신이 전했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은 수십년간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대립관계를 유지하면서 예멘, 시리아 등에서 대리전을 치러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