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중국은 물론 세계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사실상 전쟁에 돌입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2일 밤 11시 기준 우한 폐렴으로 중국에서 9명이 숨지고 473명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 밤 11시와 비교하면 사망자는 3명, 감염자는 155명 늘었다. 홍콩과 대만, 마카오 등지에서는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에서도 처음으로 우한 폐렴 감염자가 나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에 사는 30대 남성이 우한 폐렴 환자로 확진됐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미국 증시는 이날 하락세로 돌아섰다.

홍콩 최고 전염병 전문가로 꼽히는 위안궈융 홍콩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우한 폐렴이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직전 단계라고 진단했다.
中 우한 폐렴, 미국까지 퍼져…"춘제 대이동에 팬데믹 가능성"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중국은 물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에선 하룻밤 새 감염자가 150명 이상 늘었고,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은 우한 폐렴에 대해 ‘사실상 전쟁’에 들어갔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비상사태 선포까지 검토하고 있다.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공산당과 정부에 우한 폐렴 총력 대응을 지시하고, 21일에는 확진 환자가 발생한 윈난 시찰을 이어갔다.

국무원 부처들은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일선에서는 교통경찰, 은행원 등 다중과 접할 수 있는 공공업무 종사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 중이다. 우한에는 국제공항과 기차역 등에 50여 대의 체온감지기를 설치해 여행자들을 점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1일 우한 폐렴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해당하는 ‘을류(2급)’ 전염병으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대응책은 흑사병, 콜레라와 같은 ‘갑류’ 수준으로 올렸다.

갑류 대응은 정부가 모든 단계의 환자에게 격리 치료와 보고를 요구할 수 있으며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공안이 강제할 수 있고 공공장소에서 검문도 가능한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2003년 사스 창궐 당시 을류 전염병에 갑류로 대응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처럼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중국이 공개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사스와 77%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 '우한 폐렴' 국제비상사태 선포 검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2일 밤 11시 기준 중국 본토에서 확진자는 473명, 사망자는 9명이다. 전날 밤 11시 기준 확진 318명, 사망 6명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었다. 홍콩, 대만, 마카오 등에서는 확진자가 새로 나왔다. 홍콩에선 100여 명이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 태국에선 첫 태국인 감염자를 포함해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도 발병하면서 각국 검역 시스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우한에 여행을 다녀온 워싱턴주 30대 남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하지도, 우한 폐렴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DC는 지난 17일부터 바이러스 상륙을 막기 위해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등 3개 공항에서 벌이던 검역을 애틀랜타와 시카고 국제공항까지 확대했다.

중국과 붙어 있는 북한은 22일부터 외국 관광객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등 국경을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 인도 일본 등도 공항에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우한 폐렴이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보다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는 우한 폐렴이 중국 내 20여 개 도시로 퍼졌으며, 전체 감염자가 1459명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내놨다.

홍콩의 최고 전염병 전문가로 꼽히는 위안궈융 홍콩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우한 폐렴이 환자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전염되는 전염병 확산 3단계에 진입했으며, 사스 때처럼 지역사회에 대규모 발병이 일어나는 4단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인구 14억 명의 중국에서 수억 명이 이동하는 춘제 연휴까지 앞두고 있어 우한 폐렴이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도 취소되고 있다. 중국 최대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는 회장 등 경영진이 매년 설 연휴 직후 첫 근무일에 직원들에게 직접 훙바오(세뱃돈을 담은 붉은 봉투)를 주는 행사를 20년 가까이 이어왔으나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일본 가나가와현 하코네마치의 한 과자 판매점은 우한 폐렴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장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강현우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