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트럼프, 또 '감세 카드'…중산층 소득세 낮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감세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낸다. 2017년 법인세 및 소득세 감세에 이은 이른바 ‘감세 2.0’이다. 이번에는 중산층 감세가 목표다. 막대한 재정 적자 탓에 의회 통과 가능성은 작지만, 감세 공약을 앞세워 중산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때 ‘감세 2.0’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세 2.0’은 중산층 경제 성장을 도울 것이며 이는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하원 세입세출위원회의 새 위원장이 될 케빈 브래디 의원과 많은 회의를 하고 있다”며 “아마도 올해 여름 후반께 이를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초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소득세율을 구간별로 2~3%포인트 내리는 감세를 단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중 가장 성공을 거둔 정책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더 많은 고용에 나서면서 실업률이 50년 내 최저인 3.5%까지 떨어지고 소비가 늘었다.

하지만 ‘감세 1.0’은 기업과 부유층에만 혜택이 집중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법인세 감세에 따라 기업들이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을 한 결과로 부유층이 더 큰 이득을 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감세 2.0’은 중산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추가 감세는) 모두가 바라는 것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중산층을 위한 상당한 감세”라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도 지난해 11월 ‘감세 2.0’에 대해 “대선 선거운동의 친성장 전략으로 공개될 것”이라며 “중산층 납세자들이 최대한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은 △중산층 소득세율 인하 △개인 소득세 과표구간을 7단계에서 3∼4단계로 축소 △자본소득세 감면 △면세 예금상품 개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미국 개인 소득세의 구간별 세율은 10~37%로 나뉜다. 이 중 22%의 세율을 적용받는 소득 구간의 세율을 15%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사회보장세와 의료보험(메디케어)을 포함한 급여세를 깎아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자본소득세 감면은 부유층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 때문에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감세 2.0’은 경제가 악화할 경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으로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를 최대 치적으로 꼽고 있다. 만약 경제가 흔들린다면 재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걸림돌은 연 1조달러를 돌파한 막대한 재정 적자다. 만약 중산층의 소득세율을 15%로 낮출 경우 한 해 세수가 수천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 안 그래도 1차 감세의 여파로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2019회계연도에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일각에선 11월 대선 전에 새로운 감세안이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을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 통과 가능성과 관계없이 선거운동 기간에 감세 계획안을 제시하며 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