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反中)을 기치로 내걸고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사진 왼쪽)이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차이 총통은 특히 미국과 협력을 통해 자주국방 능력을 키우기로 해 미국산 무기를 추가로 구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1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선거 다음날인 12일 윌리엄 크리스턴슨 미국재대협회(AIT) 대만사무처 처장(오른쪽)을 만나 미국 지지에 대한 감사 뜻을 전달했다. 대만과 미국은 공식 수교 관계가 아니어서 AIT가 비자 발급, 자국민 보호 등 사실상 대사관 역할을 한다. 크리스턴슨 처장은 미국 국무부 소속 외교관이다.

AP통신은 이번 만남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차이 총통 의도에 미국이 화답해 성사된 것으로 분석했다. 차이 총통은 11일 치러진 대선에서 57.1%를 득표하며 재신임받았다.

차이 총통은 크리스턴슨 처장에게 “이번 선거에서 대만인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여줬다”며 “민주주의와 자유는 미국과 대만 간 장기적 관계의 중요한 토대”라고 말했다. 또 “양국 간 협력을 통해 자주국방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차이 총통은 이어 “경제 측면에서도 상호 무역을 늘리고 양국 간 가치사슬을 확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을 줄여 중국의 경제 제재 강화에 대비하는 것도 차이 정부 정책 중 하나다. 크리스턴슨 처장은 “미국은 민주주의와 같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대만의 안전을 지원해 지역 평화를 증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차이 총통은 선거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만은 중국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중국이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개입하자,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차이 정부는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첨단 무기를 대량 수입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다져가고 있다. 지난해 대만은 미국과 F-16V 전투기 및 최신형 전차 등 총 12조원어치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미국은 1992년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대만에 무기를 대규모로 수출하지 않았다. 미국이 무기 거래를 재개한 것 역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또 지난해 말 통과한 국방수권법에 대만해협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했다.

차이 총통은 미국 대사급 접견에 이어 오하시 미쓰오 일본대만교류협회 회장 예방을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도발하지도 않으면서 양안 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은 외교와 관광 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친구”라며 작년 일본인 관광객 200만 명 이상이 대만을 찾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