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앙집권식 통치로 경제혁신 한계" VS "年 6% 성장 문제없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학계 석학들이 미국경제학회(AEA)에서 중국 경제의 향방을 놓고 충돌했다. 미국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 경제에 대해 “중앙집권적 통치 때문에 경제 혁신에 한계가 있다”며 지속적 약화를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의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정부 주도 투자 등을 통해 “연 6%대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주택을 통한 경기 부양에 대해서도 로고프 교수는 지나친 투자의 후유증을 우려했지만, 린 교수는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로고프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2001~2003년)를 지냈고, 린 교수는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2008~2012년) 출신이다.

로고프 교수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미국 경제: 성장, 스태그네이션 또는 새로운 금융위기’ 세션에서 주요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을 거론하면서 중국 경제의 4대 약점을 꼽았다.

그는 우선 “과거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중국의 노동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력 감소로 경제 성장 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인구의 고령화가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된다. 로고프 교수는 “캐치업(따라잡기) 전략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그동안 기술 분야의 후발주자로 선두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 그런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中, 중앙집권식 통치로 경제혁신 한계" VS "年 6% 성장 문제없다"
중국의 권위주의적인 ‘중앙집권적 통치’도 문제로 꼽았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의) 중앙집권적 통치는 위기 대처에는 유용하지만 경제 혁신을 고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 주택 분야에서 엄청난 경기 부양을 했다”며 “중국은 아직 가난한 나라지만 인구 1인당 주거면적은 유럽의 부자 나라 수준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주택을 통한 경기 부양의)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을 통한 경기 부양 과정에서 쌓인 막대한 부채와 부실이 중국 경제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린 교수의 중국 경제에 대한 진단은 달랐다. 그는 ‘역풍을 헤치며: 글로벌 경제 전망’ 세션에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고령화, 국가 주도 투자 성과 저하, 기업 부문의 부채 과다 등 내부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요인은 성장률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린 교수는 “상당수 신흥국들은 이런 문제가 없지만 중국보다 더 빨리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률 저하는 선진국들의 경기 하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연 6%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최대 연 2% 성장에 그친 탓에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는 선진국들이 고성장하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엔 중국의 연간 수출 증가율이 GDP 증가율의 두 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여전히 괜찮은 수준인 연 6%대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주도 투자와 내수 소비 활성화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로고프 교수의 분석과 상반되는 주장이다.

린 교수는 “향후 중국의 성장 역시 내부의 투자, 소비에 달려 있다”며 “투자 측면에서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도시화가 60% 수준인데, 선진국은 80% 안팎인 만큼 주택 건설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린 교수는 “외부에서 중국의 국가부채율이 높다고 하지만, GDP의 60%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중국의 내부 저축률이 GDP의 45%에 달해 공공 투자 재원이 충분하다”며 “연 6%대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참석자가 “중국의 국가 주도 투자 수익률이 너무 낮다”고 지적하자 “글로벌 평균에 비하면 아직도 높은 편”이라고 반박했다. 또 “국가 주도 투자가 민간 투자를 줄인다는 논리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디에이고=주용석/김현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