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사진 왼쪽)의 일본 탈출 과정에서 일본의 출입국 관리가 허술하게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출입국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5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이 일본을 탈출할 때 이용한 개인용 비행기에 반입된 수하물이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X레이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높이 1m 이상의 대형 상자 여러 개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 관계자는 “케이스가 상당히 커 엑스레이 기계에 넣기 어려운 것도 있어 검사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일본 검·경은 곤 전 회장이 대형 수하물에 숨어 은밀히 출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자택을 빠져나가기에 앞서 자신에 대한 감시를 풀기 위해 경비업체에 인권 침해로 고소하겠다고 압박한 점도 드러났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의 변호인단이 사설 경비업체가 곤 전 회장을 밀착 감시하는 것이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해당 업체를 경범죄법 및 탐정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공세를 취했다. 이에 경비업체가 지난달 29일 감시를 일시 중지하자 곤 전 회장이 자택을 빠져나갔다는 설명이다.

곤 전 회장 탈출 과정에 미군 특수부대 출신들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곤 회장이 일본을 탈출하는 데 이용한 개인용 비행기에 탑승한 미국인 두 명이 유명한 민간 보안업계 관계자들과 이름이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미 육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에서 복무했으며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된 뉴욕타임스 기자를 탈출시키는 데도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모리 마사코 일본 법무상은 “곤 전 회장이 일본을 탈출한 행동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일본의 출입국 검사를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