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어 혐의 거듭 부인…'미얀마 사법부에 먼저 기회달라' 주장
아웅산 수치, 국제법정 최후진술…'로힝야 학살 혐의' 기각 요청
아웅산 수치(74) 미얀마 국가고문이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열린 '로힝야 집단학살' 재판 최종 심리에서 재판부에 사건 기각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수치 고문은 이날 미얀마 정부의 소수민족 로힝야족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사흘째이자 마지막 심리에서 미얀마 사법부에 먼저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미얀마는 이번 사건을 재판부 명부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아프리카의 무슬림 국가인 감비아는 무슬림계 로힝야족이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인종청소의 대상이 됐다면서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신해 지난달 미얀마를 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를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ICJ에서는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심리가 열렸다.

미얀마 외무장관이기도 한 수치 고문은 변호인단을 이끌고 직접 법정에 출석했으며 전날에는 미얀마군은 2017년 로힝야 반군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면서 집단학살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수치 고문은 이날도 6분가량 이어진 최후 진술에서 "허약한 신뢰의 기반을 막 세우기 시작한 공동체 사이에 의혹을 만들고 의심을 심거나 분노를 조성하는 조치는 화해의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내부 분쟁을 끝내는 것은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하다"면서 "2016∼2017년 라카인에서 발생한 내부 무력 충돌의 재발화를 피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치 고문은 만약 당시 충돌 과정에서 국제인도법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집단학살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아웅산 수치, 국제법정 최후진술…'로힝야 학살 혐의' 기각 요청
감비아 측은 미얀마 정부가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면서 미얀마 사법부의 판결을 기다려달라는 수치 고문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날 ICJ 밖에는 수치 고문에 항의하는 시위와 지지자들의 집회가 나란히 열렸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일부가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기다렸다는 듯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런 미얀마군의 행위를 '집단학살', '반인도범죄',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얀마군과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고문도 그동안 로힝야족 문제를 방관하고 미얀마군을 두둔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ICJ는 유엔 최고법정으로, 재판부의 결정은 구속력이 있고 항소할 수 없다.

그러나 결정의 집행을 강제할 수단은 없어서 일부 국가는 판결을 무시하거나 완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판결을 내리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