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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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한국) 한 마리 죽인 후 원숭이들(일본·나토)에게 겁주는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건 한국을 압박한 후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보내는 경고로 삼으려고 한다는 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한미 관계를 경색시키는 미국의 전투적 접근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올해 분담금의 5배 수준인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를 요구하고 있다.

FT는 미국의 이 같은 요구로 인해 ‘피로 맺은’ 한·미 동맹이 최근 수년래 가장 심각한 시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선 친미단체조차도 미국에 거세게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 FT의 지적이다.

FT는 “수출 의존적인 한국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뒤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런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 한·미 동맹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 협상단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한국의 심기를 필요 이상으로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협상단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정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FT는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한국의 방위비 협상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미국의 이 같은 전투적 접근방식에 대해 ‘살계경후’(殺鷄警猴)라는 중국의 고사성어를 빗대 표현했다. 과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참여했던 전직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살계경후는 닭을 죽여 원숭이들에게 겁을 준다는 뜻이다.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상대방을 제압한다는 의미다. FT는 닭은 한국으로, 원숭이는 일본 및 독일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이라고 표현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나토도 미국에 방위를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먼저 한국을 압박한 후 다음 타자인 일본과 나토 회원국에게 보내는 경고로 삼고 있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FT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 당국자들도 현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전략이 미국에 대한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FT는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돈으로 환산하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기존 동맹국들의 훨씬 큰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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