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 참가자가 경찰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진 가운데 12일에도 홍콩 시내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홍콩 경찰의 발포가 정당했다며 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투입론이 제기된 것은 지난 7월 대규모 집회 이후 4개월 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홍콩 시위대는 경찰의 실탄 총격을 규탄하는 시위를 시내 곳곳에서 벌였다. 전날 가슴에 총을 맞아 위독했던 21세 시위자는 수술 후 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총격 사건이 발생한 사이완호를 비롯해 센트럴, 정관오, 사틴, 훙함, 웡타이신, 몽콕, 코즈웨이베이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철로 위에 돌을 던지거나 지하철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는 운동을 펼쳤다. 이로 인해 몽콕, 사이완호, 퉁충, 카이펑역 등 주요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일부 노선은 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대다수 홍콩 시내 대학은 수업을 중단했다. 영국계 국제학교 등 홍콩 내 상당수 초·중등 학교도 임시 휴교를 선언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을 마비시키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라며 “폭력과 급진주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위대의 폭력 수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군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홍콩 마온산 지역에서 시위대 한 명이 언쟁을 벌이던 한 시민에게 휘발성 액체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며 “이런 행위는 ISIS(이슬람국가의 옛 이름)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콩 경찰은 도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강력한 법 집행을 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기본법에 따라 무장 경찰과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홍콩 경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논평을 통해 “실탄을 발사한 경찰은 당시 여러 명의 시위자에게 둘러싸여 공격당하고 있었다”며 “필요에 따라 시위자를 향해 발포하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11일(현지시간) 홍콩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경찰과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홍콩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며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