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TSMC가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칩을 팔지 못하도록 제한해 달라”고 대만 정부를 압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TSMC는 대만에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FT는 복수의 미국·대만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지난 1년간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TSMC가 화웨이에 반도체 칩을 팔지 못하게 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대만의 대중(對中) 기술수출 규제를 강화하라고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지난달 워싱턴DC에서 대만 외교관들을 만나 “TSMC가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 제조한 반도체 칩이 대만을 겨냥하고 있는 중국 미사일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화웨이 수출금지 조치의 허점을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민간 산업 기술을 군사 분야로 이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수출제한 목록에 올리고, 정부 승인 없이 미국 기업들이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화웨이는 9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두 차례 받았다. 수출금지 유예 기간은 이달 18일까지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TSMC의 지난 3분기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약 20%다. 이 가운데 화웨이가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랜디 아브람스 CS 반도체 부문 리서치 대표는 FT에 “대만 정부가 TSMC에 화웨이 공급을 줄이라고 하면 TSMC 주가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자문회사 비콘글로벌전략의 에릭 세이어스 부사장은 “미국 정부는 한국, 일본 등이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가 중국의 기술 발전, 5세대(5G) 이동통신, 군사기술 등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