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오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2주 앞두고 의견차를 좁히면서 극적인 합의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막판까지 조율할 사항이 남아있고, 영국과 EU가 합의해도 영국 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 관건이다. 분리독립을 재추진하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움직임도 브렉시트 향방을 결정짓는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英·EU, 브렉시트 마라톤 협상…'스코틀랜드 독립'이 막판 변수
‘노딜’ 막기 위한 극적 합의

영국과 EU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15일부터 16일 새벽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한 뒤 휴식을 갖고 오전 9시부터 협의를 재개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밤늦게까지 건설적인 협상을 했고 추가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반면 AP통신은 밤샘 협상에서 돌파구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며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상반된 보도를 내놨다.

일각에선 영국 정부와 EU가 협상 타결에 거의 도달했으며 이르면 16일 오전 합의문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세부 사항을 둘러싼 논의가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양측이 16일 극적으로 합의안 초안에 서명하면 17~18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공식 추인받을 예정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2일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하드보더’를 최소화하겠다는 이른바 ‘두 개의 국경’ 방안을 EU에 제안했다.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서 빠져나오는 대신 북아일랜드만 2025년까지 EU 단일시장에 남겨두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EU는 하드보더를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드보더에 따른 ‘물리적 국경’이 생기면 1998년 맺은 평화협정을 통해 간신히 일군 북아일랜드 평화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EU의 우려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 체계’를 동시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북아일랜드에 법적으로는 영국 관세 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겠다는 제안이다. 또 하드보더를 피하기 위해 육지 대신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 아일랜드해에 관세 국경을 세우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재추진”

영국 정부와 EU가 합의하더라도 이달 31일까지 예정된 브렉시트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영국 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존슨 총리는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오는 19일 열리는 하원에서 합의안 승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총리가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 및 보수당 내 강경론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DUP는 북아일랜드가 EU 관세동맹 안에 남는 것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론 영국 관세 체계에 포함된다는 점을 적극 내세울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북아일랜드에 대규모 현금 지원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내년에 주민투표를 재시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도 브렉시트 향방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내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다시 하기 위해 연말까지 영국 정부에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시행했지만 영국 탈퇴가 과반에 미달해 부결됐다.

스코틀랜드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며 EU 잔류를 원하고 있다. 스터전 수반은 내년 초까지 입법 준비를 완료해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영국 하원 의석 총 650석 중 35석을 차지하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