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군 중 좌파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부유세를 놓고 극단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워런 의원이 자산의 2~3%를 부유세로 걷겠다고 발표하자, 샌더스 의원은 최대 8%를 매기겠다며 좌파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자산 3200만달러 이상(부부 합산)을 보유한 부자부터 세율 1%를 적용하기 시작해 100억달러를 가진 부자에겐 최대 세율 8%까지 부유세를 매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억만장자들은 존재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CNBC는 “샌더스의 부유세는 징벌적”이라며 “이 세금이 부과되면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한 해 90억달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86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분석했다.

샌더스 의원이 높은 세율의 부유세를 들고 나온 건 최근 경쟁자인 워런 의원에게 크게 뒤처지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CNN에 따르면 각 당의 대선주자 경선이 가장 먼저 치러지는 아이오와주에서 벌인 여론조사에서 워런 의원은 지지율 22%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20%)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샌더스 의원은 11%로 3위에 그쳤다.

전날 워런 의원은 부유세로 자산 5000만달러 이상에 2%, 10억달러 이상에는 3%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CNBC는 워런의 계획대로라면 부유세는 7만5000가구에서 10년간 2조7500억달러가 걷히지만, 샌더스의 공약대로면 18만 가구에서 4조3500억달러가 걷힌다고 분석했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워런 의원의 공약에 대해 “부자들에게 이혼 동기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5000만달러 재산을 보유한 부부가 이혼해 각각 2500만달러로 재산을 분할하면 부유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