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줄줄이 정년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고령자의 경제적 자립을 통해 사회보장비용 지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정년퇴직 연령을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재 62세인 정년을 2022년 63세로 늘리고 2030년까지 65세로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계속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재고용 상한 연령도 현재 67세에서 2030년까지 70세로 높일 방침이다.

베트남 정부도 현행 남성 60세, 여성 55세인 정년을 단계적으로 62세, 60세로 각각 높이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은 최근 근로자 수 증가폭이 둔화하고 있어 정년 연장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60세인 퇴직 연령을 65세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태국 정부도 60세인 공무원 정년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잇따라 정년 연장에 나선 것은 노동력 부족이 경제 성장 발목을 잡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태국 중앙은행은 노동력 감소가 2020년부터 심화되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매년 1.5%포인트까지 끌어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에서도 15~59세 인구 감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사회보장 관련 비용이 급증하는 것도 부담이다. 싱가포르 보건부의 올해 예산은 100억싱가포르달러(약 8조6700억원)로 5년 전보다 66% 늘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