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이 공격당한 지 이틀째인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국제 원유 시장은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사우디 복구 6주 넘기면 유가 75弗 넘을 것"…세계경제 아킬레스건
사우디 원유 생산 정상화까지 여러 달이 걸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69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아람코가 예상보다 빠른 몇 주일 정도면 피습당한 석유시설의 복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65달러 정도로 내려갔다. 공격 전 배럴당 60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지만 고점인 72달러는 크게 밑돌았다.

시장에선 두 가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피습당한 사우디 석유시설을 복구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와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어디로 흘러갈지이다. 이날 유가가 좁은 폭에서 움직인 것은 석유시설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과 전쟁은 터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엇갈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사우디 아람코 설비 피해 현황에 정통한 네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원유 생산 정상화까지 여러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아람코가 “몇 주일이면 복구가 끝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FT 보도가 맞다면 유가는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FT가 인용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람코는 이번 공격으로 아브카이크 단지 내 탈황탑 절반가량이 피해를 당했다. 안정화설비는 18개 중 5개가 가동 불능 상태다. 2016년까지 아람코 고문을 지낸 필립 코넬 아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탈황시설 부품 확보에만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탈황시설은 정기 보수작업에만 통상 석 달가량이 걸린다”며 “부품을 교체할 정도로 훼손됐다면 복구 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사우디의 시설 복구 소요 시간별 유가 전망을 내놨다. 복구가 △1주일 내에 끝나면 배럴당 3~5달러 △2~6주 걸리면 5~14달러 △6주 이상 걸리면 15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종은 브렌트유이고 기준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다. 복구에 한 달 반 이상 걸리면 유가가 25% 이상 뛸 것이란 예상이다.

원자재 거래 기업 트라피규라의 사드 라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브카이크 석유시설은 이제 세계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은 전날보다 대폭 낮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누구와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고,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지금 당장은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현재로선 이란의 소행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의 군사 공격이 있을 경우 사우디 시설 공격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유럽 각국이 신중론을 펴는 것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독일과 영국 정부는 각각 이번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가해자는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월가는 하지만 상황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월가는 사우디나 미국이 이란에 군사 행동을 취해 전쟁이 난다면 국제 유가는 곧바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