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하는 일본 정부가 40대 이상 중·노년층의 소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다. 소비세율 인상이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가운데 중·노년층이 소비심리 악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의 심리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소비자태도지수가 지난달 전달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한 37.1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11개월,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특히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2014년 4월 이후 5년4개월 만에 소비자태도지수가 최저치로 내려갔다. 내달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소비심리 악화는 40대 이상 중·노년층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이 소비자태도지수에 대한 연령별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과 40~59세가 소비심리 악화를 주도했다. 반면 39세 미만 젊은 층에선 소비심리 악화 현상이 눈에 띄지 않았다.

뚜렷한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중·노년층이 지갑을 닫은 채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금과 저축에 수입 대부분을 의존하는 노년층은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생활물가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년층은 임금 수준이 정체되면서 지출에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선 최근 몇 년간 일손 부족과 연공서열제도 붕괴가 겹치면서 인재 확보를 위해 젊은 층 신입사원의 임금은 올리고 관리직 이상은 임금을 억제하는 기업이 늘었다.

일본 정부는 중·노년층의 절약 강조 추세가 전반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내수 소비가 악화되면 일본 경제 성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 들어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 대외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일본 경제는 개인 소비가 선전한 덕에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해왔다. 일본에선 2014년 4월 소비세율 인상 때 내수가 급격히 위축돼 2013년 2.0%였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14년 0.4%로 곤두박질친 전례가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